“부모님에게 기도부탁할 때 마음 편해져”

입력 2021-08-18 03:05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은메달리스트 김민정 선수가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교회에서 대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경기가 열렸던 지난달 29일 김민정(24·KB국민은행)은 사대에 오르기 전 짤막하게 기도했다. “지금껏 노력한 만큼만 (시합에서)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였다.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교회에서 만난 김민정은 “미격발 등 변수가 많은 경기다 보니 이런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길 기도 드렸다”고 말했다. 서울시민교회 주일학교 출신인 그는 “뭔가 바라는 게 있거나 할 때만 (하나님을) 찾아서 죄송하다”고 멋쩍어 하면서도 “이번에도 ‘이럴 때만 기도해서 죄송한데’라며 기도했다”고 웃었다.

경기 첫날 본선 완사에서 291점으로 9위였던 김민정은 이튿날 오전 급사에서 293점을 쏴 합계 584점(전체 8위)으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25m 권총은 5발씩 6세트를 5분 안에 쏘는 완사, 7초 대기·3초 내 사격하는 급사로 진행된다.

첫날 결과에 정신적으로 흔들릴 법도 한데 김민정은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고 여태껏 내가 해온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위해 야간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였다.

김민정은 결선에 임하기 전 부모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기도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민정은 “부모님 모두 기독교인이다.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셨다”며 “멀리서 응원하고 있을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말인 거 같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김민정은 결선을 치렀고, 슛오프 접전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민정은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고, 또 홀가분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내가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한 완벽한 보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지금껏 잘해왔어’ ‘네가 해온 게 옳아’ 이런 말을 들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민정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뒀다고 했다. 그는 “결과에 목표를 두니까 달성하지 못했을 때 오는 타격감이 크더라. 첫 올림픽이었던 리우 때 그걸 많이 깨달았다”며 “그래서 내가 노력했던 과정 그 자체에 무게를 뒀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김민정은 시종일관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슛오프 상황에서도 미소 짓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놓고 슛오프를 하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며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엄청 쫄깃하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고 했다. “결선 치르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너무 재밌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올림픽 후 귀국한 김민정은 주어진 휴식 기간에도 사격장으로 달려가 총을 잡았다. 일상의 여유를 즐겨도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김민정은 이게 일상이라고 했다. 총을 잡았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제겐 사격이 일이 아니라 취미이자 특기”라며 “그래서 빨리 다시 사격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