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경기가 열렸던 지난달 29일 김민정(24·KB국민은행)은 사대에 오르기 전 짤막하게 기도했다. “지금껏 노력한 만큼만 (시합에서)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였다.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교회에서 만난 김민정은 “미격발 등 변수가 많은 경기다 보니 이런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길 기도 드렸다”고 말했다. 서울시민교회 주일학교 출신인 그는 “뭔가 바라는 게 있거나 할 때만 (하나님을) 찾아서 죄송하다”고 멋쩍어 하면서도 “이번에도 ‘이럴 때만 기도해서 죄송한데’라며 기도했다”고 웃었다.
경기 첫날 본선 완사에서 291점으로 9위였던 김민정은 이튿날 오전 급사에서 293점을 쏴 합계 584점(전체 8위)으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25m 권총은 5발씩 6세트를 5분 안에 쏘는 완사, 7초 대기·3초 내 사격하는 급사로 진행된다.
첫날 결과에 정신적으로 흔들릴 법도 한데 김민정은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고 여태껏 내가 해온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위해 야간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였다.
김민정은 결선에 임하기 전 부모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기도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민정은 “부모님 모두 기독교인이다.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셨다”며 “멀리서 응원하고 있을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말인 거 같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김민정은 결선을 치렀고, 슛오프 접전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민정은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고, 또 홀가분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내가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한 완벽한 보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지금껏 잘해왔어’ ‘네가 해온 게 옳아’ 이런 말을 들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민정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뒀다고 했다. 그는 “결과에 목표를 두니까 달성하지 못했을 때 오는 타격감이 크더라. 첫 올림픽이었던 리우 때 그걸 많이 깨달았다”며 “그래서 내가 노력했던 과정 그 자체에 무게를 뒀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김민정은 시종일관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슛오프 상황에서도 미소 짓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놓고 슛오프를 하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며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엄청 쫄깃하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고 했다. “결선 치르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너무 재밌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올림픽 후 귀국한 김민정은 주어진 휴식 기간에도 사격장으로 달려가 총을 잡았다. 일상의 여유를 즐겨도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김민정은 이게 일상이라고 했다. 총을 잡았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제겐 사격이 일이 아니라 취미이자 특기”라며 “그래서 빨리 다시 사격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