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대 여론 분출하는 언론중재법, 대통령 입장은 뭔가

입력 2021-08-18 04:05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재갈법’이란 비판을 받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19일까지 상임위 절차를 마무리하고 2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게 여당의 목표라는데 반대 여론이 높은 만큼 철회하는 게 옳다.

언론보도에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게 한 언론중재법 개정엔 야당과 언론단체는 물론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한 사회단체에서도 반대 의견을 분출하고 있다. 개정안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정의당은 이날 4개 언론단체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입맛대로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독소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여당이 법 개정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반대 여론들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의미로,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관련 상임위원장 자리가 야당에 넘어가기 전인 8월 임시국회 내 의석수로 밀어붙여서라도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입법 독재적 발상이다. 법을 강행했을 때 받는 타격보다 중단했을 때 지지층 이탈이 더 치명적이라는 여당 일각의 심중과 관련한 발언은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할 여당에서 나온 것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언론의 자유는 기본 인권에 속한다. 이를 존중하고 수호하는지는 민주적 정치세력 여부를 가리는 시금석이다. 정치 득실에 따라 언론자유에 대한 믿음을 뒤집는 것은 민주가 아니라 독재를 지향하는 일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을 맞아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는 요지의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써 내려간 모든 문장은 영원히 기억될 시대의 증언”이라며 “여러분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에 문 대통령은 오래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최순실 게이트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언론의 침묵은 국민의 신음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깨달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국정 최고책임자는 과연 어떤 입장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