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초과 신용대출 제한… ‘빚투’ 억제나선 당국

입력 2021-08-17 04:07

가계대출 증가율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금융당국이 마이너스통장 등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의 1배로 제한할 것을 요청했다고 16일 밝혔다. 통상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는 현재 연소득의 1.5∼2배 수준이다. 은행이 의사, 변호사, 공무원 등 전문직군을 대상으로 연봉의 최대 2.7배 수준까지 대출 가능한 상품을 만들자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의 2배 수준에서 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전문직의 대출 과다가 가계대출 급증세를 가져왔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둔화하지 않자 신용대출 한도를 또 한번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카카오뱅크, HK이노엔 등 대형 공모주 청약과 부동산 구매 열풍에 힘입어 가계대출 증가 폭이 7월 월간 수치로는 역대 최대치(9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신용대출의 사각지대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성행하는 ‘빚투’ 열풍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7월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시행했다. DSR 40% 규제는 전 규제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하거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을 때만 적용된다. 한도가 1억원 이하인 신용대출은 2023년 7월부터 DSR 규제가 적용된다. 대출금이 1억원 이하이면 DSR 40%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이용해 빚을 내고 주식, 암호화폐, 부동산 등 고위험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자 당국이 칼을 빼든 것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조치가 일반신용대출과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에 전부 적용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대출 한도 제한이 ‘구두 권고’ 차원이라고 강조했지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 정도 뉘앙스면 사실상 하라고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에게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 요청을 하면서 우대금리를 내리는 등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아직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더해 대출 한도 제한 조치까지 시행될 경우 은행 창구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