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지지층 붙잡고 몸값 올리기… 안철수 독자노선 선언

입력 2021-08-17 00:05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결국 국민의힘과의 합당 무산 및 독자노선을 선언했다. 앙금만 남은 채 합당이 결렬되면서 향후 야권 대선 구도는 복잡해질 전망이다. 안 대표의 결심에는 외곽에서 정치적 근육을 키운 후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제값을 받겠다는 구상이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합당을 제안했었다. 양당은 6월부터 실무협상에 돌입했으나 당명 변경 등부터 평행선을 달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말 협상 시한을 통보하며 “예스냐, 노냐”며 압박에 나섰고, 안 대표는 이 대표의 일방통행에 반발하며 “노”를 외친 셈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경쟁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지금 제1야당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제3지대에서 지지세를 결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동연 전 부총리와의 접촉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대표는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당을 먼저 추스르고 당원 지지자분들과 함께 논의해서 길을 찾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대표의 결심은 정치적 현실을 고려했을 때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에 들어갈 경우 다른 대선 주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고, 5% 내외의 안 대표 고정 지지층도 실망감에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는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안 대표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빙인 대선 구도 속에서 안 대표의 지지가 필수적인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국민의당에 유리한 합당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안 대표의 몸값은 엄청 뛰게 돼 있다”며 “당 조직을 정비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국민의당 인사가 합당 무산에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당내 혼란이 예상된다.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 구의원은 “비상식적인 판단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기 괴롭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균철 경기도당위원장 등 24명도 탈당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힘은 합당 결렬에 유감을 표했다. 양준우 대변인은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어버린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안철수가 또 안철수 했다”는 입장이지만, 야권 통합 불발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