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판매 중단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피해 정도를 결정할 ‘돌려막기’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머지플러스(머지포인트 운영사)는 의심을 받는 주요 요인인 상품권 할인율을 지난해부터 낮추겠다고 밝혔음에도, 사건이 터지기 직전까지 ‘20% 할인율’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높은 할인율을 바라는 신규 고객 유입은 늘어만 갔고, 결국 10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머지플러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해 3월 19일 올린 ‘2020년 특별공지’에서 “지금까지 바우처(상품권) 발행으로 사용자와 거래량을 늘리는 식으로 운영돼왔다”며 “목표가 달성된 만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위해 상품권 발행을 최소한으로 하거나, 독립적으로 분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7월부터 기존 11~15%였던 자체 할인은 5% 수준으로 조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머지포인트 상품권 할인율은 조정되지 않았다. 더 많은 고객 유치를 통해 포인트 플랫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머지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6월에도 “상품권 할인율은 12~15% 정도로 줄이고, 구독 서비스로 고객 유입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판매 중단 하루 전까지 상품권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팔렸다.
만약 상품권 판매액으로 제휴사 정산 대금이나 사업 운영비 등을 부담해왔다면, 고객을 끌어모으는 수단인 할인율을 쉽게 낮추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할인율 조정이 언급되면서 20% 할인이 들어갈 때 미리 사두려는 소비자들도 일부 있었다는 점 역시 문제다.
머지포인트 판매 중단 이후 금융 당국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재테크 관련 커뮤니티에선 1년여 전부터 머지포인트 수익 모델에 의문을 품는 소비자의 글이 올라오고, 머지플러스 측에도 관련 고객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왔던 것으로 전해진 만큼 당국의 늑장 대응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정은보 원장 주재로 머지플러스 상황 점검 회의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환불 및 영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계기관과 협조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유도하겠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불업 영업 사례를 점검하고,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3월 말 기준 등록된 선불업자는 65곳, 발행 잔액은 2조4000억원이다.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권혁중 경제평론가는 “머지플러스는 수많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게 최종 목표였던 것 같은데, 그 전에 판매 중단 이슈가 터져버린 것”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수익 구조로는 환불 등 뒷감당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일부 테크핀(Techfin·IT기술을 금융에 접목) 업체들은 기술 개발은 굉장히 빠른 반면, 금융 법 제도에 대해선 무지하거나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머지포인트 상품권 환불이 늦어지면서 피해 소비자들이 머지플러스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오픈채팅방 등에선 집단소송 준비 모임이 잇달아 꾸려지고 있다. 머지플러스에 대한 조사나 피해 구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이날 기준 3만명에 달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