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점령 3개월 걸린다더니… 美 블랙호크도 버리고 떠났다

입력 2021-08-17 04:06 수정 2021-08-17 20:49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집무실을 장악한 탈레반 모습. AP통신

미국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체를 장악한 15일(현지시간)을 불과 나흘 앞둔 11일만 해도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까지는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전광석화처럼 정권을 잡았고, 이에 놀란 미국은 자랑거리였던 수백만 달러짜리 주력 헬기 블랙호크까지 내동댕이치고 허겁지겁 아프간을 떠났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의 굴욕적 패배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보인 미국의 정보 예측 실패와 폐쇄적 의사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미국 외교정책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동맹국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책임론을 놓고 정쟁이 격화됐다. 탈레반 통치가 본격화한 뒤 우려했던 아프간 인권문제가 드러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악의 리더십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동맹국들은 자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아프간 철군) 정책 결정에 대해 (미국이)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상황 오판에 대해서도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지난 11일 WP에 90일 이내에 수도인 카불이 함락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를 비웃듯 불과 나흘 후인 15일 카불 인근에 도착했고, 그날 곧바로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미군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에 깃발을 꽂은 사진을 이날 트위터에 뿌리며 승리를 과시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이 아프간에서 한 일은 전설적”이라고 비꼬면서 “그것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패배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반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철군 결정을 취소했다면 탈레반과 다시 전쟁했을 것이며 수만명의 미군을 다시 급파해야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