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기 올린 대통령궁… 성조기 내린 美대사관

입력 2021-08-17 04:03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가운데 한 대원이 이들을 기념촬영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했던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이 카불에 들어서자마자 가족을 이끌고 도주했다. 탈레반은 내전 승리를 공식선언한 뒤 주민과 외교사절 안전 보장 등을 약속했지만 이전의 테러단체 지원, 극악무도한 인권유린 등을 경험한 국제사회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통제권을 손에 넣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공식적으로 최종 승리를 선언했다. 2001년 10월 미군 공습 이후 20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철군 결정으로 아프간을 탈레반에 내줬다’는 비판을 뒤로하고 현지 대사관 철수를 마쳤다.

탈레반은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알자지라방송을 통해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며 내전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알자지라방송은 대원들이 대통령궁에 탈레반기를 게양했다고 전했다. 탈레반 지휘부가 무장대원 수십명과 대통령궁에 있는 모습도 영상으로 공개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이 카불에 들어서자마자 접경국으로 도주했다.

미 대사관은 당초 예상한 72시간보다 빨리 철수를 마무리했다. CNN방송은 “카불 미 대사관의 성조기가 15일 내려졌다”며 “외교 공관 철수의 마지막 절차”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미 대사관에서 모든 직원이 대피해 미군이 지키고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영내에 있다”고 발표했다. 현지 직원은 4200명 정도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등도 서둘러 대사관 직원을 피신시켰다. 공항에서는 패닉(공포)에 빠진 아프간 민간인과 외국인 수천명이 현지를 탈출하기 위해 아우성쳤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은 대국민 성명과 다수 외신 인터뷰를 통해 ‘평화로운 권력 이양’ ‘주민과 외교사절 안전 보장’ ‘개방적·포용적 정부 구성’ 등을 재차 약속했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후세인 하카니 전 파키스탄 대사는 “탈레반이 지금까지 통제권을 되찾은 지역에서 사람들을 즉결 처형하고 여성을 매질하고 있다”고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에 말했다.

아프간이 다시 극단주의자들의 은신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레온 파네타 전 미 국방장관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다면 그들이 알카에다와 IS(이슬람국가), 테러리즘 전반에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경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