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반도체 위기설… 삼성전자 100조 반격 시나리오

입력 2021-08-17 00:04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에 올라선다는 삼성전자의 ‘비전 2030’에 빨간불이 켜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1위 TSMC와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는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 하향세를 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현금 100조원 이상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반격에 관심이 쏠린다.

올 들어 파운드리 시장에선 유례 없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TSMC는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여기에 인텔이 파운드리에 재진출하면서 선두추격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TSMC와 인텔 간에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텔은 2025년까지 2나노 공정인 ‘인텔20A’를 양산해 퀄컴 칩셋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TSMC와 삼성전자에 뒤쳐졌던 초미세공정에서 다시 주도권을 쥐겠다는 선전포고였다. TSMC도 업계 최초로 내년에 3나노 공정 양산을 선언하며 대응했다. 애플 등 주요 고객도 확보했다. 파운드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 17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지만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시스템 반도체 1위 전진기지인 평택 캠퍼스 3라인 투자도 확정하지 못했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 등 의미있는 인수합병(M&A)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TSMC와 더불어 업계에서 5나노 공정 양산을 하는 삼성전자지만 격차는 더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5%, 삼성전자가 17%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실적 호조로 2분기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주요 투자사들은 ‘메모리 업종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 등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에서 7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가 흔들리면 삼성전자 전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총수인 이 부회장의 결단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2분기 기준으로 111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16일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는 한 번에 수십조원 이상이 필요한데 전문경영인 차원에서 하긴 어렵다”면서 “파운드리 추격과 메모리 초격차 유지 둘 다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최고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비전 2030 재점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계획을 발표했을 때보다 반도체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진 만큼 투가 규모와 방향을 새로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투자 확정을 위해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결정을 위해 미국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와 함께 백신 확보에서도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석을 전후해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도 평택 캠퍼스, 수원 본사 등을 찾아 반도체, 스마트폰 등 사업 전반을 재점검하고 1위 수성을 위한 전략 재점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어떤 사업장을 언제 찾을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