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무산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가 “승패와 관계없이 합당하겠다”고 밝힌 이후 양당 사이 논의가 진행됐지만 끝내 약속이 지켜지지 못해 못내 아쉽다. 안 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고 국민의힘에서는 “최대한 국민의당 입장을 존중해왔다”는 논평을 내놨다. 합당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정당 간의 통합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념이나 정책이 비슷하고 정치적 목표가 일치하더라도 실제 합당엔 당직이나 지역위원장 배분 등의 실무적인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4·7 재보선 이후 지지율이 오르고 대선 주자들이 몰려든 국민의힘으로선 급할 게 없고, 안 대표로서도 합당 후 국민의힘의 여러 주자 중 1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마뜩잖다는 각각의 셈법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민 앞에 합당을 약속했으면 지키는 게 도리다. 제1야당은 상대가 모멸감을 느끼지 않도록 더 배려해야 했고, 국민의당은 갖가지 조건보다 정권 교체를 위한 합당이라는 명분에 보다 충실했어야 옳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월 취임 연설에서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대선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이 이런 약속을 지킬 정도의 아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인물을 모을 수 없을 것이고 이는 확장성의 한계와 직결된다. 국민의당이 당 대표가 한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기대하는 것도 모순적이다.
안 대표가 제3지대에서 힘을 키운 뒤 양당은 당 대 당이 아니라 대선주자 대 대선주자 차원에서 공조의 길을 되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행태는 지지자에게 실망을 줄 뿐 아니라 중도층의 정치 불신과 염증을 부채질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결국 양당 모두에 마이너스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설] 대국민 약속 헌신짝처럼 내던진 야권 합당 협상
입력 2021-08-1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