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장악한 지금 상황은 정부의 부패와 무능, 국제사회의 냉철한 국익 우선주의가 적나라하게 반영된 결과다. 미국은 2001년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이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아프간의 재건과 부흥을 추진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공식적으로 아프간 정부 측 병력은 30만명으로 탈레반(7만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군 병력 상당수는 명부만 존재하는 ‘유령 군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패한 군경 간부들이 급료를 가로채기 위해 허수로 군인 수를 기재했다고 한다. 지방 지도자들과 고위 지휘관들은 탈레반과 항복 거래를 할 정도로 부패가 만연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지난 20년간 가장 뛰어난 젊은 남녀를 파병하고, 1조 달러 가까이 투자했으며 아프간군과 경찰 30만명 이상을 훈련하고 최첨단 군사 장비까지 갖춰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간 정부군이 자신의 나라를 지키지 못한다면 미군이 1년 더, 또는 5년 더 주둔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미군 철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결국,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보다 뛰어난 성능의 무기와 병력을 갖고도 순식간에 나라를 내준 것은 무능하고 나라를 지킬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도 카불 등 아프간 전국에 엑소더스(탈출)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탈레반이 최근 아프간의 대부분 지역을 수중에 넣은 데 이어 15일(현지시간) 카불까지 장악하자 하미드카르자이국제공항(카불국제공항) 등은 탈출 행렬로 혼돈 그 자체라고 한다. 미국 등 아프간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주요국들도 서둘러 인력 철수에 나서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국민을 버리고 먼저 피신한 뒤 이 나라 국민은 국제사회에서 누구도 돌보지 않는 불쌍한 미아 신세가 됐다.
우리는 이번 아프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굳건한 방위력과 자강 의지를 갖추지 않고, 스스로가 무능하고 부패하면 어떤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지 명심해야 한다. 비록 동맹이라도 자신을 지켜낼 역량과 의지가 안 보이면 과감하게 버리고 국익을 추구하는 미국의 외교 방향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간에서 과거와 같은 인권 유린 행위 없이 평화와 안정이 찾아올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설] 아프간 사태 교훈 되새기고 반면교사 삼아야
입력 2021-08-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