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은 개인 주권을 침해하는 반자유주의적인 검열법

입력 2021-08-17 03:06
‘박주민 의원의 평등법 반대 긴급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평연 제공

젠더 이데올로기와 세계 성혁명의 법제화를 위한 차별금지법 배후는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허버트 마르쿠제가 주장한 ‘당파적 톨레랑스’ 개념이다. 마르쿠제는 오스트리아 출신 카를 포퍼의 자유주의적이고 보편주의적 톨레랑스 개념을 비판했다. 그는 우파 운동에 대해서는 불관용과 검열을, 좌파에 대해서는 관용을 의미하는 당파적 톨레랑스를 주장했다.

당파성을 의미하는 ‘파르티잔(partisan)’은 우리말로 ‘빨치산’으로 번역된다. 차별금지법은 이런 문화전쟁적인 빨치산들의 반자유주의적 검열법이다. 당시 서구의 ‘68운동’은 3M, 곧 마르크스 마오쩌둥 그리고 마르쿠제를 영웅시했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교수는 혁명적 소수자들이 표현을 억압할 권리가 있다는 마르쿠제의 이론은 잘못된 것이며, 잠재적으로 ‘합리적 진보와 해방에 대한 효과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학자 로널드 베이어는 이 당파적이고 억압적인 톨레랑스에 관한 마르쿠제의 논증들은 동성애 인권 활동가들이 동성애가 정신장애로 분류되지 않도록 운동할 때 정신의학자들의 강의를 방해하거나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의 견해를 관용하기를 거부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보편타당성이 아니라 반자유주의적 당파성을 강조하는 흐름은 21세기 국제 좌파의 대세로 부상한 정치철학자 샹탈 무페의 ‘좌파 포퓰리즘’에 이르러 한층 더 강렬하게 드러난다. 무페는 독일 헌법학자 칼 슈미트의 저서 ‘파르티잔’에 등장하는 빨치산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우파에 대한 선명하고 투쟁적인 전선을 날카롭게 그을 것을 요구한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처럼 해당 법이 자유주의 전통에서 말하는 보편타당성에 기초한 법이 아니라, 좌파 운동만을 관용하고 우파 운동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열하고 탄압하기 위한 당파적 검열법이기 때문이다. 마르쿠제는 카를 마르크스가 예언한 공산주의라는 ‘자유의 제국에 대한 준비’로서 먼저 ‘부자유의 단계’가 선행돼야 하며, 이 부자유의 단계에서는 ‘교육 독재’나 ‘프롤레타리아(무산자) 독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르쿠제는 자유 제국인 공산주의의 완성 이전 단계로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임시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마르쿠제의 주장은 미국과 독일의 좌파 학생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정치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검열을 주장했던 장 자크 루소의 ‘자유에 대한 배신’을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마르쿠제의 주장을 좌파 학생운동권은 열렬히 환호했다. 마르쿠제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시민사회를 파괴해야, 자유 제국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선 폭력도 정당화했다. 마르쿠제는 이 부자유의 단계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르쿠제는 자신들의 진영만을 위한 표현의 자유만 인정했다.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 성 인지 페미니즘의 핵심 권력자인 주디스 버틀러도 1997년 자신의 주장이 소수일 때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으나, 이후 ‘제도권으로 긴 행진’을 통해 권력을 잡은 후에는 표현의 자유를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제한한다는 비판을 강하게 받았다.

마르쿠제는 1970년 ‘새로운 감수성’을 주장했는데, 이는 현 ‘86운동권’ 정부가 주장하는 인권 감수성, 성 인지 감수성, 문화다양성 감수성 등 각종 감수성 정치의 기원이 됐다.

최근 영미권에서 주목받는 학자 제임스 린제이 박사가 잘 분석했듯이 마르쿠제의 노골적으로 당파적이고 반자유주의적인 톨레랑스는 21세기 좌파의 핵심 논리가 됐다. 2015년 이후 미국에서는 마르쿠제의 주장이 ‘비판 인종 이론’과 ‘계급 각성 운동’(워키즘)의 철학적 기초로서 다시금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현 정권의 주요 논객인 김누리 교수는 ‘독일 68운동권’과 ‘한국 86운동권’을 연관시키면서 독일에서 일어난 ‘68성교육 혁명’이 가장 중요한 정치 교육이므로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독일 68운동과 관련해 각종 독일 방송에도 등장한 저명한 역사학자 괴츠 알리 교수는 2008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연상케 하는 ‘우리의 투쟁 1968’이란 책을 통해, 68운동이 1933년 히틀러의 나치 학생운동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는 ‘독일제’였고 히틀러도 사회주의자였다. 독일의 사회주의 전통은 좌우로 분열돼 카를 마르크스를 따르는 독일 국제사회주의(공산주의)와 히틀러의 독일 민족사회주의(나치즘)로 분열된다. 사회주의는 본래부터 반자유주의와 반개인주의를 의미했다. 그렇기에 독일과 미국의 68혁명의 영적 스승이었던 마르쿠제의 당파적 톨레랑스에 기초한 차별금지법은 사회주의적이고 반자유주의적인 검열법이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로저 스크러턴 경은 차별금지법은 사회주의적 질서 수립을 위한 법으로 개인의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86운동권 정부 내 일부 정치인에 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투쟁운동이 1933년 히틀러의 나치 학생운동과 유사한 점이 없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자유에 대한 배신이며 새로운 검열이기 때문이다.

정일권 교수(전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