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랭 사인’ 선율 속에… 홍범도 장군 유해 고국 품으로

입력 2021-08-16 04:02 수정 2021-08-16 04:02
카자흐스탄에서 서울공항으로 15일 운구된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의 주역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군의장대에 의해 제단으로 옮겨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여천(汝千)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15일 서거 78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 영웅들을 조국으로 모시는 일을 국가와 후대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자 영광으로 여기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찾아 홍 장군의 유해를 직접 맞이했다.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안장돼 있던 홍 장군의 유해를 실은 특별수송기(KC-330)는 이날 밤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문 대통령 내외는 분향과 묵념을 하며 홍 장군의 넋을 기렸다. 항일운동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공으로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애국지사 김영관 씨도 함께 했다.

홍 장군의 유해는 군악대의 ‘올드 랭 사인’ 노래에 맞춰 수송기에서 내려왔다. 올드 랭 사인은 독립운동가 사이에서 국가처럼 불리던 노래다. 군악대는 광복을 보지 못하고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홍 장군을 위로하는 의미로 기존 멜로디에 애국가 1절 가사를 불렀다. 문 대통령 내외는 태극기로 관포된 홍 장군의 유해가 도착하는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홍 장군은 17일까지 대국민 추모 기간을 거쳐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정식 안장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항일전쟁의 영웅이었던 홍 장군을 기리기 위해 최대한의 예우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원활한 봉환 절차를 위해 지난 14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을 특사로 하는 특사단을 카자흐스탄에 파견했다. 특사단엔 영화 ‘암살’ 등에서 독립군 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 씨가 국민대표 자격으로 함께했다.

카자흐스탄을 출발한 수송기는 한국 방공식별구역 진입 이후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 비행을 받았다. 청와대 측은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기종을 모두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장군의 유해는 공항 추모 행사 이후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대전현충원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떠나는 홍 장군의 유해를 향해 경례했다. 정부는 이번 유해 봉환에 맞춰 홍 장군에게 1등급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할 계획이다.

홍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온 것은 2019년 4월 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해 유해 봉환을 요청한 지 2년4개월 만이다.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은 16~17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홍 장군은 역사적인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대한 독립군 사령관이었으며, 뒷날 카자흐스탄 고려인 동포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며 “장군의 유해를 봉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보게 돼 매우 기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홍 장군 유해봉환 성사에 대한 사의를 표명할 방침이다. 홍 장군을 포함해 지금까지 고국으로 돌아온 애국지사 유해는 총 144구가 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