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다’를 기치로 내걸은 정부가 정작 ‘사람’을 챙기지 못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살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출산율은 3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 정부가 적폐로 몰아붙인 박근혜정부보다 수치가 훨씬 악화된 상태다. 사탕발림 구호에 못미치는 성장세 둔화와 부동산 폭등에 따른 박탈감 등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공교롭게도 현 정부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에 24.3명으로 2006년(22.0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26.6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더니 2019년에도 26.9명으로 올랐다. 지난해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코로나 블루’ 현상으로 인해 자살률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7년에 1.05명에서 이듬해 1명 밑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0.84명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미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박근혜정부 때는 자살률이 2013년 28.5명에서 2016년 25.6명으로 수직 하락했다. 합계출산율은 정권 초 2년 연속 증가했다. 당시보다 복지를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성장을 등한시 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성장률은 2017년(3.2%)을 기점으로 매년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0.9%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이는 특히 상대적으로 벌이를 찾기 힘든 노년층과 취업준비생인 20대의 빈곤을 악화시키며 자살로 내몰았다는 분석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5일 “노인들의 경우 노후소득보장이 부족한데다 가족 간 유대까지 약화되자 삶의 의미나 가치를 찾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20대 자살은 전년도 대비 9.6%나 뛰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은 결혼 기피에 따른 출산율의 급락을 가져왔다. 좋은 일자리 부족 현상도 심화하면서 중산층마저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