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은 16일부터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시작한다고 15일 밝혔다. 우리 측 증원인력을 3월 전반기 훈련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고,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진행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잇단 담화로 맞대응을 예고한 북한은 이날도 선전매체를 통해 연합훈련 비난을 이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동맹은 코로나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1년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16일부터 9일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훈련은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훈련으로, 실병기동훈련은 없다”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엄격한 방역지침 적용, 훈련장소를 분산하고 필수 인원만 참가해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한·미 간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은 2018년 4월 독수리훈련을 마지막으로 3년째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합참은 이어 “이번 훈련 기간 중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진전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의 일부는 완전운용능력(FOC) 조건하에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미래연합사령부의 FOC 검증을 의미한다.
군 당국은 훈련 시나리오 변경 없이 1부 방어훈련은 물론 북한이 특히 반발하는 2부 반격훈련도 모두 진행한다. 그러나 우리 측 증원인력을 전반기 훈련의 30% 수준으로 줄이는 등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군 당국은 방역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의 반발을 우려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은 남북 통신선을 복원한 지 2주 만에 응답을 거부했다.
훈련 축소로 전작권 전환 검증 또한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군 당국은 김승겸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대장)이 1부와 2부 때 각각 하루만 사령관을 맡아 연합군을 지휘하는 FOC 예행연습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이날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으로 규정하며 “조선반도와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위험을 격발시키는 주되는 장본인, 화근으로서의 침략적 정체를 스스로 드러낸 자멸적 망동”이라고 힐난했다.
훈련이 끝나는 26일 이후 도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또는 전술지대지미사일(에이태킴스)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긴장을 단시간에 최고조로 높이는 차원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배제할 순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까지 도발을 의심할 만한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 본훈련 개시가 공식 발표됨에 따라 유엔군사령부는 관례에 따라 북한·유엔사 간 직통전화로 북측에 훈련 일정과 성격 등을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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