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꿈’ 단어 20차례 언급… 새 대북·대일 제안은 없었다

입력 2021-08-16 04:04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제76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북한을 향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 참여를 제안했다. 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에 북한이 포함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일본을 향해선 “항상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의 광복절 경축사와 달리 구체적인 대북·대일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현재 북한·일본과 풀지 못한 현안이 남아 있고 임기 마지막 광복절임을 고려해 무리한 외교 제안 대신 상황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동독과 서독이 신뢰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뤄냈듯이 남북이 배려와 포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통일 모델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남과 북 모두에 큰 이익이 된다”며 한반도 모델에 북한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또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와 관련해 “동아시아 생명공동체의 일원인 북한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광복절마다 언급해 온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이나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지난 10일부터 남북 통신선을 끊은 상황에서 섣부른 제안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모델에 대해서도 “평화통일의 공감대를 이어가자는 원론적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변함없는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임기 내 깜짝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일 외교에 있어선 과거사와 미래 협력을 나눠 접근하는 ‘투트랙’ 방식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을 바탕으로 한 대일 외교를 제안하며 “일본과 바로잡아야 할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이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추가적인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우리 정부 차원의 과거사 해법을 요구하고 있는 일본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꿈’이라는 단어를 20차례 사용했다. 이번 연설은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인종차별 타파를 강조했던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 연설을 참고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과거 서울역사에서 열린 것은 인력 수탈을 통해 꿈이 강탈됐던 공간(역)이 광복 이후 꿈을 실현해주는 곳으로 바뀌었다는 의미가 반영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