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 이준석·윤석열… 갈등·봉합 반복 아슬아슬

입력 2021-08-16 00:07 수정 2021-08-16 00:07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광복절인 15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의열사를 찾아 대한독립선언서총람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녹취록 유출’ 공방에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두 사람의 상당한 나이 차와 다른 스타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파열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묘역 참배 후 “국민의힘부터 먼저 공정과 상식으로 단단하게 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녹취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녹취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주변 인사들에게 실망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12일 윤 전 총장과의 통화를 녹음하고, 녹취록을 만들어 일부 언론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윤 전 총장 측이 녹취록 유출에 민감한 건 이 대표에 대한 신뢰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이날 “믿고 논의를 할 수 있는 상대가 될 수 있는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녹취록 유출 의혹을 반박했다. 그는 “유출됐다는 녹취 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길지 않아 대부분 내용이 취재 과정에서 언론인들에게 전달됐고, 구두로 전달된 부분들이 정리돼 문건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휴대전화 자동녹음 기능으로 통화가 녹음된 사실은 인정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파열음을 내다가 봉합을 시도하고, 다시 마찰을 빚는 장면을 반복하고 있다. ‘치맥 회동’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윤 전 총장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의 ‘탄핵’ 발언이 나왔고, 녹취록 공방까지 암초로 등장했다. 이 대표가 18일 토론회를 정견 발표회로 대체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윤 전 총장 참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치권에선 10년 넘게 정치를 해온 이 대표와 평생 검사였던 윤 전 총장의 스타일 차이를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정치권의 직설적인 메시지에 능숙한 이 대표와 검찰 내부의 조용한 일 처리에 익숙한 윤 전 총장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985년생인 이 대표와 1960년생인 윤 전 총장 간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도 소통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부자지간에 가까운 나이 차를 가지고 있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잘 맞는 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이 대표와 특유의 강골검사 성향이 강한 윤 전 총장의 기질도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같은 차이에 불신의 벽이 높아졌고 사소한 오해에도 감정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심판’인 이 대표가 ‘선수’로 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준석 리스크가 더 문제”라며 “이 대표가 자신의 생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설득을 병행해야 하는데 계속 실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대선 국면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며 “당 지도부는 각 후보 캠프와 보다 원활한 소통구조, 협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