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광복절 축사, 대북·대일 메시지 구체성 빠져 아쉽다

입력 2021-08-16 04:04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분단의 장벽을 걷어내고 평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향해선 대화 문이 열려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근래 큰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 또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인 한·일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한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는 없었다. 도쿄올림픽 한·일 정상회담 불발, 남북 통신선 단절이 대변해주듯 현 외교안보 지형이 녹록지 않기에 원론적 언급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분명한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인 제안도 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독일 모델’처럼 남북이 ‘한반도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동독과 서독이 신뢰를 쌓아 통일을 하고 유럽연합(EU) 선도국이 됐듯, 남북도 평화와 공존을 통해 동북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반도 평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도 거론했는데, 종전선언이나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등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임기가 얼마 안 남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동북아 방역 협력체 참여도 재차 주문했다. 이 정도로 줄기차게 요청했으면 이젠 북한도 응할 때가 됐다. 한번 협력의 물꼬가 트이면 타 분야로 협력이 확대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한테는 “현안은 물론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역사 문제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안과 과거사를 투 트랙으로 분리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은 이웃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일본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더 이상 한국을 경쟁의 상대로만 보지 말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빨리 찾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이런 화해 메시지 기조와는 달리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이승만·박정희·박근혜 정권 등 역대 보수정권을 친일·반민족 정권으로 규정하며 편가르기를 시도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는 백선엽 장군의 친일 시비도 거듭 제기했다.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해야 할 경축식을 또다시 내 편, 네 편의 장으로 변질시킨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편향된 역사관으로 여러 차례 말썽을 일으킨 인사였는데, 국민이 언제까지 이런 증오의 목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