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 가른 경제기상도… 美·싱가포르 ‘차차 맑음’, 日·인도 ‘흐림’

입력 2021-08-16 00:06 수정 2021-08-16 00:06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슈웬크스 자치구의 한 약국에서 14일(현지시간) 여성이 화이자 백신으로 추가 접종인 부스터샷을 맞고 있다. 전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면역 취약층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을 권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경기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별로 차별화되고 있다. 백신 완전 접종률(2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이 높을수록 델타 변이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경제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완전 접종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도 무엇보다 백신 확보·접종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인 완전 접종률 69.6%를 기록 중인 싱가포르는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4.7% 성장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6~7%(기존 4~6%)로 상향하고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로존 등 선진국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재개방 계획을 밀고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3일 기준 완전 접종률 50.14%를 기록 중인 미국의 경우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확실한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제조업 생산(전기대비)은 1분기 0.6%를 기록한 이후 -0.4~0.9% 사이를 오가고 있다. 민간소비 중 서비스지출도 올 들어 0.8~1.0%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음식·숙박업 경기는 2월 80.9(2020년 1월=100)에서 6월 98.0까지 회복됐다. 한국은행은 15일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업황과 관련, “향후 공급 병목 현상이 완화되면서 업종 간 회복 격차도 축소될 것”이라며 “초과저축과 고용회복 등이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완전 접종률이 59.23%인 영국 역시 델타 변이 비중이 99.8%에 달할 정도로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7일 이동평균)가 5월 말 3000명에서 지난달 말 2만7000명으로 9배나 급증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많다. 소매판매는 지난 3월 일찌감치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넘어섰다.

한은은 “백신 여권 도입으로 유럽 내 입출국 제한이 해제되면서 관광업이 영국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에는 경제활동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완전 접종률이 36.70%밖에 안 되는 일본은 도쿄올림픽조차도 경제 효과는커녕 재정 부담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6월 1775명, 7월 3720명, 8월 1~10일 1만3387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방역 수준을 높일 수밖에 없어 4차 긴급사태를 발령하고 대형 상업시설 영업 등을 중단했다.

완전 접종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도 고강도 방역조치로 인해 내수경기 회복 차질이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완전 접종률이 13일 현재 18.63%에 불과,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 등 고강도 방역조치를 이미 한 차례 2주간 연장한 바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