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저격수’ 김헌동, SH 공사 사장 지원… 오의 선택은

입력 2021-08-16 04:05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김헌동(66·사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서울시 주택정책의 근간조직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 재공모에 지원했다.

SH 관계자는 14일 “김 본부장이 SH 사장 후보로 지원한 건 맞다”며 “다음주부터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거쳐 이달말쯤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건설업계에 있다가 2000년부터 경실련에 몸담아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등을 맡았다. 김대중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동생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의 집값 폭등을 강력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저격수’로 불렸다. 최근에는 SH의 공공주택 고가분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3일 차기 SH 사장 후보자 접수 마감결과 김 본부장을 포함한 4명이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SH 임원추천위원회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거쳐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복수로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다. 복수의 후보자 물망에 벌써부터 김 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오 시장이 김 본부장을 최종후보자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15일 “SH 사장 공백이 길어지지 않도록 SH임원추천위원회에 최대한 빨리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김현아 후보자 사퇴를 계기로 인사제도를 보완하라는 오 시장의 지시가 있어 강화된 검증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검증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SH 사장이 되기 위해선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시의회는 앞서 SH 사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현아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다주택 보유사실을 꺼내 김 전 의원이 스스로 사퇴하게 만들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6만3000세대 시세변동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관료들이 서울 아파트값 폭등사실을 숨기고 거짓 통계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SH가 지난 14년간(2007~2020년) 공공분양사업으로 3조1000억원(1채당 평균 8000만원)의 높은 이익을 챙겼다며 SH 사업의 거품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 언론인터뷰에서 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시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 지난 10여년간 나는 오세훈을 칭찬해왔다. 2006년 오 시장이 처음 서울시장이 됐을 때 후분양제·분양원가공개 등을 제안했는데 못할 줄 알았다. 그렇게 집값을 잡았던 사람으로,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나을 거다”고 했다. 오 시장이 공약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선 “시장이 바뀌었다고 재건축 규제를 제멋대로 풀수는 없다”며 “공공부지를 개발해 토지임대부 형태로 2~3억원에 아파트를 공급하면 집값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