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낙심하지 말고 선을 행하라

입력 2021-08-17 03:08

성경 속 하나님은 ‘행동하시는 하나님’으로 나옵니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모리아 산에서 번제로 드리려고 할 때 하나님은 그를 말리십니다. 애굽에서 신음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기 위해 모세를 보내시고 애굽땅에 재앙을 내리신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위해 행동하십니다. 신약의 예수님도 ‘행동하시는 메시아’로 나타납니다. 그분은 시각장애인을 보게 하고 못 걷는 사람을 걷게 하며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못 듣는 자를 듣게 하고 죽은 자를 살리셨습니다.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산상수훈의 결론 부분에도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 7:21)고 말씀하십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일하심으로 인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인 우리에게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최근 우리 교회 계좌에 “이수빈 100만원”이란 이름으로 헌금이 입금됐습니다. 교인들 이름을 거의 기억하는 저는 의아했습니다. 전 ‘20여년 전 유치부 학생 중에 그 이름이 있었는데 설마 이 지역을 떠나 멀리 간 그 아이는 아니겠지’ 하며 확인해 봤는데, 바로 그 수빈이였습니다. 당시 언니 원빈이를 따라 교회 유치부에 나온 수빈이는 너무 귀여워서 선생님들과 언니들의 귀여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성탄발표회 때 유치부 개회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교회 나온 지 몇 년 안 돼 수빈이네가 서울쪽으로 이사하면서 더는 그 아이들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 수빈이가 청년이 돼 일하면서 돈을 모았답니다. 사실은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서 돈을 모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려서 자랐던 교회,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교회가 자꾸만 생각났다고 합니다. 어려운 가정을 조금씩 도왔던 교회, 사랑을 받았던 교회가 고마움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빈이는 명품 가방 사려고 모았던 돈을 우리 교회에 헌금하고 싶어했고, 수빈이 어머니께서 수소문해 우리 교회 계좌로 헌금한 것입니다. 수빈이 어머니는 제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목사님, 힘든 시절 동부제일교회는 우리 가족에게 등불과 같았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지방 교회는 한국교회의 모판과 같습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로 와글와글하다가도 어느 날 싹 사라지곤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면서 서울로, 울산으로, 구미로, 창원으로 다 떠나갑니다. 지방에는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휑한 주일학교 예배실을 보면서 쓸쓸하던 제게 수빈이는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와 같았고 여름성경학교를 준비하던 교사들에게는 큰 위로와 격려가 됐습니다.

전 ‘그래, 모판의 역할을 더 열심히 감당하자. 우리가 가르친 아이들이 어디 가든지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도록 힘내자’고 다짐했습니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고 때가 이르매 거두게 될 것을 믿으며 ‘어려운 가정에 등불이 되는 교회’가 되기를 다시금 다짐합니다.

김홍기 대구 동부제일교회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 속한 대구 동부제일교회는 ‘대구를 품고, 민족을 품고, 세계를 품고’란 기도 제목을 가슴에 품고 하나님께로 달려가는 교회입니다. 담임인 김홍기 목사는 세계성시화운동본부 다음세대위원장을 맡아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에도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