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비극… 또 7.2 강진 700여명 사망

입력 2021-08-16 04:02
11년7개월 전 대지진으로 수만명의 사람들이 희생됐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 14일(현지시간) 다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이티 국민은 빈곤과 갱단 폭력, 자연재해라는 삼중고를 떠안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대통령까지 암살되며 아이티는 리더십 공백까지 겹쳤다. AFP연합뉴스

거리는 비명과 눈물, 애도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생존자들은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시신을 꺼내고,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었다.

11년7개월 전 대지진으로 수만명의 사람이 희생됐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 14일(현지시간) 다시 강진이 발생해 7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9분쯤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 남동쪽 13.5㎞ 지점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다.

아이티 시민보호국 제리 챈들러 사무총장은 피해 집계 초기에 “최소 304명이 사망했고 18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후 AFP통신은 사망자가 724명으로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사고 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올라온 현지 영상에는 처참한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멀쩡한 건물은 하나도 없었다. 잠옷이나 목욕 타월만 걸치고 거리로 뛰쳐나와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피해는 진앙에서 수십㎞ 떨어진 레카이와 제레미 두 도시에 집중됐다. 레카이 지역 성공회 수장인 아비아데 로자마 대주교는 “거리는 비명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원, 의료 지원, 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남부 반도 서부에 있는 최소 2개 도시에서 병원 등 건물이 무너져 잔해에 사람들이 갇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아이티는 대통령 암살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리더십 공백 상태다. 국민은 심각한 빈곤 상태에 있고, 일부 지역에선 조직적 갱단 폭력으로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지진은 2010년 1월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황폐화시킨 같은 단층대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과거 지진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애석하다. 미 국제개발처(USAID)가 피해 평가와 부상자 회복, 재건 지원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