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플러스, 3년 넘게 무허가 영업… “금융당국 뭐했나” 책임론

입력 2021-08-13 04:02

머지포인트 판매 중단 사건은 전자금융업(전금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가 사실상 선불전자지급수단이었던 상품권을 제약 없이 팔면서 촉발됐다. 3년6개월간 사실상 무허가 영업을 하다 사달이 난 셈인데, 그동안 당국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당국 책임론이 제기된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지난 6월 투자자 유치를 위해 금융 당국에 전금업에 등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머지플러스의 사업 현황을 들여다본 뒤 ‘전금업에 등록하지 않은 상태로 선불전자지급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최근 전달했다. 머지플러스 입장에선 투자자 유치를 위해 전금업 등록이 필수적이었다. 또 금감원 의견을 받은 이상 미등록 상태로 운영할 수도 없었다. 때문에 지난 11일 법 위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음식업종을 제외한 제휴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것이다.

머지플러스는 2017년 7월 머지홀딩스를 설립한 후 2018년 2월 머지포인트 플랫폼을 오픈해 상품권을 판매해 왔다. 3년6개월간 사용자가 100만명에 이를 때까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셈이다. 막대한 금액의 환불 과정도 순탄하게 이뤄질지 미지수여서 당국이 책임을 방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부터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는 전금업자는 이용자 자금을 신탁 또는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이용자 자금 운용내역을 상시 점검하고, 정기적으로 운용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머지플러스가 전금업 등록을 했다면 모니터링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아 미리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자금 구조 같은 걸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일단 업체 측에 법 위반 가능성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머지플러스 측은 통화에서 “고객 환불 요청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환불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날 저녁 질의응답(Q&A) 자료에서 “빠른 시일 내 전금업 등록을 완료해 4분기부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적자 상황인 데다 환불 이슈까지 생긴 머지포인트가 전금업 등록 조건(부채 비율 및 최소 자본금 등)을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 따르면 자본금 요건은 전자자금이체업은 30억원, 직불전자지급수단이나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은 20억원이다. 부채 비율은 200% 이내다. 머지플러스는 최소 자본금(20억원)은 확보했다고 밝히면서도 부채 비율은 투자 유치를 위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이슈까지 터지면서 머지플러스가 최소한도의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까지 적자였던 머지플러스는 자칫 환불 요청을 처리하다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