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국산화 노력에도… 일부농가 “일본산 품종 재배”

입력 2021-08-13 04:07

사과·배를 재배하는 과수농가의 일본산 품종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과는 ‘후지후브락스’ 배는 ‘신고’ 품종을 재배하고 싶다는 농가가 가장 많았다. 농정당국이 개발한 국산 품종보다 일본산 품종의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의 노력으로 국산 품종 점유율이 90%를 넘어선 딸기와 대비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6월 과수농가 18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사과·배·포도·복숭아·감귤 5개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가 포함했다. 5년 후에도 재배하고 싶은 품종 1·2순위를 물은 뒤 가중치를 부여해 선호도 비중을 평가했다.

추석 성수품이자 최근 ‘금(金)값’인 사과의 경우 선호 품종의 절반 정도가 일본산이었다. 후지후브락스의 선호도 비중이 전체 응답자의 19.7%로 가장 높았고 역시 일본산 품종인 미야마(12.2%) 미야미(12.1%)가 뒤를 이었다. 1~3위 일본산의 비중을 합하면 44.0%에 달한다.

배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산 품종 신고의 선호도 비중이 33.5%로 1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과보다는 국산 품종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화(22.9%)가 2위를 기록했으며 한국산 품종인 화산(9.4%) 창조(8.0%)의 순위도 높은 편이었다.

일본산 품종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농정당국의 국산화 노력에도 농가 인식 변화와 호응이 별로 없었다는 점은 곱씹어 볼 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과가 꼽힌다. 농진청은 일본산의 대항마로 2016년 국산 품종 ‘썸머킹’과 ‘썸머프린스’를 개발·보급했다. 하지만 이들 해당 품종을 키우겠다는 과수농가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딸기 사례와 대비된다. 2005년만 해도 국내 생산 딸기 중 국산 품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9.2%에 불과했다. 대다수가 일본산이었다. 하지만 2005년 국산 폼종인 ‘설향’이 보급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컬링팀이 설향의 맛을 극찬한 것이 알려지면서 그해 국산 품종 점유율은 94.5%까지 높아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과·배도 국산 품목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