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12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무노조 경영 철폐’를 약속한 이후 1년 3개월만에 노사가 결과물을 내놓게 됐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급식 외부 개방, 노사 단체협약 등을 통해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4개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공동교섭단과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단체협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노사는 지난해 11월 상견례를 겸한 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지난 9개월간 3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해왔다. 노사는 지난달 말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고, 노조는 조합원 투표 등 추인 절차를 거쳤다.
단체협약은 노조 활동 보장과 산업재해 발생시 처리 절차, 인사 제도 개선 등 95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삼성전자와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이날 상호 협력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5개 계열사 중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지난 1월 가장 먼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교섭을 진행해온 삼성SDI 노사도 지난 10일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창사 52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과거와 다른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던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등 여러 수사·재판을 받으며 삼성과 총수 일가가 부정적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 왔다.
이번 단체협약 체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준법경영감시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5월 대국민 회견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지 1년3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번 합의는 이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하기 하루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 출소 이후에도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상생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수원, 광주, 구미 등 사업장 내 사내식당 6곳의 급식업체 선정을 위해 공개 입찰에 나선 것도 상생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17일 정기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첫 공식 활동으로 준법감시위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