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72.3%가 전면 도입에 반대한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 7.3%만 찬성이고 나머지는 반대 혹은 재검토·개선을 요구한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고교학점제(이하 학점제) 찬반 논쟁이 불붙고 있다. 도입 시점은 2025년 3월로 현재 초등 6학년부터 적용돼 다소 이른 논쟁일 수 있다. 아직 3년 넘게 남았다. 그럼에도 제도의 운명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 주자들의 제도 수용에 따라 추진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논쟁이 뜨겁다. 제도를 둘러싼 입장차는 단체별 설문조사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최근 평가원과 교총, 전교조 등이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위의 언급처럼 결과가 엇갈렸다. 조사 주체나 표본 추출 방식, 질문 설계 등을 이유로 폄하할 수도 있지만 눈여겨볼 만한 지점도 적지 않다.
평가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인식 조사’ 보고서(학생·학부모·교사 3616명 참여)를 보면 학생·학부모와 교사 집단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학점제 도입 시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비중에 관한 의견인데, 교원 단체들의 설문조사에서 학점제 반대가 많은 이유를 엿볼 수 있다.
학점제가 도입되면 1학년 때 공통과목, 2·3학년 때 진로·적성에 따라 학생들이 선택한 수업을 듣는다. 학생 54.8%는 학점제 도입 시 ‘학생 개개인 적성·진로 계발에 더 비중을 두고 선택과목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그래픽 참조). 학부모 56%도 여기에 동의했다. 반면 교사의 46.5%는 ‘기본 학력 향상에 더 비중을 두고 공통과목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선택과목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19.7%에 불과했다.
학교 밖 전문가의 학교교육 참여를 두고도 엇갈렸다. 교육부는 각광받는 분야나 소수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수업을 개설해 달라는 요구 등에 대비해 전공 교사가 양성되지 않는 분야에 한해 교원 자격증 없는 전문가들의 학교수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학생 81.6%, 학부모 77.2%는 여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교사는 42.9%만 찬성했다. 교사들은 또한 학점제 전면 시행 시 학교 밖 기관(예를 들어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취득 가능한 학점도 6학점 이내로 제한하자는 입장이다(38%·1위).
이는 학교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드러낸다. 학생·학부모는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학교도 변화를 수용하고 진로 맞춤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사들은 학생들이 대학이나 사회에 나갔을 때 필요한 기본 학력을 고교에서 다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미래교육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설계하도록 돕는 곳’으로 학교를 정의했다(37.8%·1위). 교사는 68.8%가 ‘공동체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걸 배우는 곳’으로 정의했고, 학생 진로 설계를 위한 공간이란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교원단체의 설문조사는 이런 시각차와 ‘시기상조론’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교총 설문에서는 72.3%가 2025년 학점제 전면 도입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교사 2206명 참여). 전교조는 찬성 7.3%, 반대 26.9%, 재검토·개선 65.8%였다(교사 548명 참여). 교총 설문에서도 ‘학교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 미흡’을 반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전교조의 ‘재검토·개선’ 의견과 맞닿아 있다.
평가원 조사에선 학점제 도입 취지에 학생 83.6%, 학부모 81.2%, 교사 77.5%가 공감했다. 교사도 정책 취지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교원단체 설문조사와 겹쳐보면 반대 교사들 중 학점제 도입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준비 부족’을 호소하는 그룹과 학생 선택형 교육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이 혼재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 학점제는 안착하기 어렵다. 남은 3년 동안 정부가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지원을 할지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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