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공포’에도 강행? 금리인상론 진퇴양난

입력 2021-08-13 04:03

한국은행이 이번 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왔는데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창궐로 상황이 쉽지 않게 됐다. 놔두자니 가계부채가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금리 고삐를 죄자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타격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2주 뒤 한은의 선택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타진하고 나선 것은 지난 5월이다. 4월만 해도 “아직은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높고 경제 회복세가 안착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5월 들어 이 총재는 “시기를 단정할 수 없지만 질서 있게 통화정책을 조정해 나가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연내 금리 인상도 기정사실화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한은의 금리 인상 결단을 재촉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 5월 한은 전망치(1.8%)를 넘어 연간 2% 수준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끝없이 치솟는 가계부채도 한은 입장에선 부담이다.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저금리 기조로 인해 풀린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을 시작으로 모든 자산시장에 빠르게 침투해 거품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한은은 이를 ‘금융 불균형 누증’이라고 평가하고 정상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은이 12일 공개한 6월 중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6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411조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6조8000억원(0.8%) 증가했다. 특히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서 14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18조3874억원이 증가했던 2020년 10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한은은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 등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가계가 금융기관에 예치한 대출금이 폭증하면서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금리 인상 명분이 쌓이자 시장에선 8월 인상 전망은 물론 연내 2차례 인상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델타 바이러스 변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 것이다. 한은은 여전히 델타 변이가 경제 성장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1~3차 대유행 학습효과로 인해 민간 소비도 크게 타격을 입진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고강도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신규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 2000명을 넘어서면서 상황이 미묘해지고 있다. 내수 부진이 현실화할 경우 소비는 물론 고용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경기 부진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니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하의 물가 상승)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경제 성장을 자신하기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관측도 나온다. 한 자산시장 관계자는 “한은 입장에선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시기”라며 “연내 인상 계획 백지화는 어렵겠지만 인상 시기는 조금 더 지켜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