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이 현실성이 부족한 선심성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지역 거점 국립대의 1인당 교육비 투자를 연세대·고려대 수준으로 높이고 등록금 부담을 단계적으로 줄여 5년 안에 무상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지역 대학 육성 공약을 발표했다. 해당 대학과 지역 주민들이야 반길 만한 정책이지만 문제는 실현 가능성과 효용성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연간 1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그 정도 예산으로 9개 지역 거점 국립대 육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형평성을 들어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지원을 요구할 게 뻔해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발표한 기본금융 공약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 누구에게나 최대 1000만원까지 장기 저리로 마이너스통장을 쓸 수 있는 기본대출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게 핵심인데 수십조원으로 예상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불투명하다. 신용도를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기본대출을 해주다 보면 부실 대출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이런 부작용에 대한 고려는 부족해 보인다. 기본주택 100만 가구 포함 임기 내 250만 가구(이재명), 서울공항 이전으로 7만 가구(이낙연), 김포공항 통폐합으로 20만 가구(박용진 의원), 학교 부지에 아파트 조성 등을 통해 280만 가구(정세균 전 총리) 등 주택 공급 관련 공약도 앞다퉈 제시했는데 실현 가능성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도심 고밀도 개발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반값 아파트나 시세의 4분의 1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정부가 집값의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무모하고 황당한 내용들이다.
재원 대책, 구체적 실행 전략 없이 무턱대고 선심성 공약을 내놓은 것은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팔 수 없는 상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선되더라도 뜬구름 잡기 식 공약은 이행하기도 어렵고 설령 추진한다 해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해 국정 운영에 두고두고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후보들이라면 공수표가 될 공약이 아니라 국가 운영에 관한 비전과 구체적 실행 방안을 갖고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막걸리나 고무신에 현혹돼 표를 주던 과거의 유권자들이 아니다.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건 허황되고 무책임하고 믿을 수 없는 후보라는 인식을 키울 뿐이다.
[사설] 날림 공약 쏟아내는 대선 주자들… 국민을 뭘로 보는 건가
입력 2021-08-1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