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이 14일부터 사흘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연다고 예고하자 교계에서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교단 지도자들은 “목사가 코로나19 방역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 목사는 지난해 광복절에도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어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신정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은 1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몹시 위중할 때 굳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회를 하겠다고 나서는 걸 보니 상당히 염려스럽다”며 “게다가 지난해에도 물의를 일으켰던 목회자가 또 거리로 나서면 대부분의 시민은 교회를 싸잡아 비판할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소강석 예장합동 총회장도 “집회의 자유는 있지만 지금은 특별한 시기이기 때문에 방역수칙을 위반하면 안 되고 국민 정서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코로나19 퇴치는 정치 성향을 떠나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교회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돌파하는 시국에 집회를 연다니 너무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어 “전 목사의 지난해 집회를 기점으로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국민적인 비난을 산 일이 있다”며 “한국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몰리는 일이 다시 벌어질까 우려스럽다. 교회가 정치화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전광훈 목사에게만 ‘집회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전 국민 모두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는 가운데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집회를 강행하는 부분에 대해선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전 목사와 완벽한 선 긋기를 하라는 주문도 있다. 유경재 서울 안동교회 원로목사는 “한국교회가 전 목사와 지금과 같은 미적지근한 관계를 유지해봐야 득이 될 게 전혀 없다”며 “차제에 전 목사와 분명한 선 긋기를 하고 교회가 도매금으로 욕먹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혁명당 측은 이에 대해 “정부에서 집회를 금지했기 때문에 집시법상 집회에 해당하는 것은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래서 집회신고도 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국민이 1인씩 나와서 진행하는 걷기운동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최도 없고 무대도 없고 연사도 없다. 일정한 형식을 갖춘 행사가 아니기에 집회가 아니다”며 “불법 집회를 이야기하려면 민주노총이 계획 중인 8·15집회나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창일 박지훈 황인호 백상현 기자 jangci@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