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훼손과 산사태 등 안전성 우려가 있는 임야·산지 태양광 인허가 건이 큰 폭으로 줄면서 산단·영농형·수상 태양광 등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휴부지를 활용한 철도·폐도로 태양광 사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어가면서 ‘태양광 입지 다변화’ 전략으로 환경성·수용성 한계를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확 줄어든 임야·산지 태양광
12일 산림청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는 460건으로 전년(2129건) 대비 78% 급감했다. 이는 2016년(917건) 허가 건수와 비교해도 절반가량 줄어든 수치다. 또 지난해 산지 태양광 허가면적은 238㏊로 전년(1024㏊) 대비 77% 감소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임야·산지 태양광을 꾸준히 늘렸다. 하지만 환경훼손과 산사태 등 안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2018년부터는 산지 태양광에 대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최대 1.2에서 0.7로 낮추고 산림 원상복구 의무화(산지 일시사용허가) 제도 도입, 경사도 허가기준 강화 등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와 면적이 대폭 줄었다.
다만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를 2019년(12.7GW) 대비 3배 이상 늘리겠다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환경훼손 우려가 적은 산단 등 건물 옥상을 활용하고 폐도로·철도, 상하수도 처리장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유휴부지를 발굴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환경성과 수용성을 만족하고 임야·산지 태양광을 대체할 입지로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공장 지붕 등 유휴부지의 재발견
태양광 입지 다변화 전략은 좁은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휴부지나 방치된 공간을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산단 태양광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산단·공장 지붕 등 유휴부지에 태양광을 구축하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 아산공장의 지붕형 태양광은 6㎿ 규모로 매년 1800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747만㎾h 전력을 생산한다. 연간 4000t 규모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내는데 이는 소나무 약 30만 그루의 흡수량과 맞먹는다. 산단 지붕은 일조량이 우수하고 계통연계가 용이하며 무더위에 공장 내부 온도를 낮추는 기능도 갖췄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일거양득’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농지에서 농산물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개념이다. 전남 보성 영농형 태양광은 99㎾(2145㎡) 규모로 사업비 1억9800만원이 투입됐는데 이 중 1억4000만원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정책자금으로 충당했다. 연간 순소득이 791만원 정도다. 농사만 지었을 때보다 6.4배 많은 수익이 발생한다.
육상태양광의 환경 문제를 보완하고 발전 잠재량이 큰 수상 태양광도 입지 다변화 전략의 한 축을 책임진다. 부력체 위에 태양광 패널을 얹고 2.5t 무게의 콘크리트 체인블록이 부력체·모듈 등 설비를 고정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합천호 시설에 세계 최초 수상 태양광을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2018년 12월에는 국내 기업이 대만 바이어에게 청풍호 수상 태양광(3㎿)을 소개하고 7.3㎿ 규모의 수출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폐도로·철도도 입지로 최적화
폐도로나 철도를 태양광 입지로 활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 한국철도공사는 내년까지 철도 자원을 활용해 25㎿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철도 차량기지와 역사 주차장에 19.8㎿를 설치하고 서울역 등 철도역사에 5.2㎿ 규모의 태양광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방안이다. 2030년까지 철도 분야 태양광발전 규모를 456㎿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서천화력발전소 발전용량(400㎿)을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 연말에는 고속도로 유휴부지에 30㎿ 규모의 태양광 설비도 구축된다. 민간사업자가 고속도로 유휴부지 내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건설해 20년간 운영하고 부지 사용료를 내는 식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고속도로 유휴부지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짓고 있다. 잠실철교·올림픽대로 폐도로가 대표적이다. 총 319곳·149㎿ 규모의 시설이 운영 또는 건설되고 있다. 이곳에선 약 14만명이 1년간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195GWh 전력을 생산한다.
해외는 민간 주도로 입지 다변화
해외에서는 민간 주도로 태양광 입지가 확대되는 추세다. 에너지 외 분야의 기업이 뛰어들고 국가 간 협업이 활발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중국 인터넷 기반 업체 바오펑그룹은 중국 닝샤성 황허 동쪽 강둑 지역에 영농형 태양광 1GW 구축을 추진 중이다. 독일 유통업체 베이와알이와 자회사 그로엔레벤은 네덜란드에서 70㎿ 부유식 수상 태양광 발전소를 완공했다. 또 프랑스 수상 태양광 업체 Ciel&Terre 인도 법인은 인도 타밀 나두 주에 14.7㎿ 부유식 수상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고 가나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5㎿ 1호 부유식 수상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데 성공했다.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별도 부지가 필요 없는 건물을 중심으로 전답, 도로, 하천 등에 태양광 설치를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약 10년 후에는 태양광 평균 효율이 35%까지 올라 에너지 자립도 향상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