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바꿔주는 놀라운 힘… 중보기도에서 나와

입력 2021-08-16 03:05
미국 벤츄라감리교회 성도들이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벤추라 카운티 옥스나드지역에서 야외예배를 드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한인목회와 에스키모 선교사역을 한 지 7년이 다 지나갈 무렵 캘리포니아주 벤츄라감리교회에서 담임목사 청빙을 받았다. 아프리카 7년, 알래스카 7년을 서원했는데 서원 기간을 마치자마자 새로운 길이 열려서 놀라웠다. 기도하면서 주신 감동으로 2010년 벤츄라감리교회로 부임하게 됐다.

벤추라라는 도시는 한인들이 많지 않아 한인마켓도 하나 없는 작은 도시였다. 교회는 미국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렸고 교인들은 50명 정도 모이는 교회였다. 처음 부임하고 성도들을 심방하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한 명 한 명 듣게 됐고 그들은 목회자 이동의 복잡한 문제로 인해 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담임목사로 부임한 나에게 목사라고 부르지도 않는 분도 계셨다. 그만큼 상처가 깊었다.

나는 이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은 오직 기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 사택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되지 않아 이것을 주님의 사인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일단 아내와 아이를 얼바인 근처 친척 집으로 보내고, 한 달 동안 교회에 머물며 예배당에서 매일 철야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철야를 마친 후 새벽기도회를 인도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기도하면 할수록 몸이 피곤하지 않았고 믿음과 확신이 더욱 부어졌다.

그렇게 기도하면서 목회를 했더니 예배시간마다 예배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성도들의 마음의 문도 열리기 시작했으며 아멘 소리도 점점 커졌다. 담임목사실은 16㎡(5평) 정도 되는 작은 방이었다. 오래된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모든 것을 해결했다. 사택이 준비되지 않아 불편함도 컸지만 선교사로서의 경험 때문인지, 이런 패턴이 매우 익숙했고 오히려 성전에 거하면서 주시는 은혜는 말할 수 없이 컸다.

부임하고 주일 설교한 지 2주 되던 날 이후부터 어떤 남자 집사님이 교회 홈페이지에 ‘허, 젊은 친구가 설교 제법 하네’라는 공개 글을 항상 남기셨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글을 남기신 것은 그분의 우회적인 호의임을 알게 됐다.

그 집사님은 예배 후 나와 악수를 마치고 바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보이는 곳에서 담배를 태우던 분이셨다. 그런데 예배가 살아나면서 그 집사님에게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주일예배를 드리는데 그분이 설교시간 중간에 계속 나가 버리시는 것이었다. ‘아, 설교가 마음에 들지 않나. 마음이 아직 열리지 않으셨나.’

그러나 그것은 신실하신 하나님이 일하시고 계시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설교시간에 그분의 마음을 만지시고 계셨다. 그분은 말씀을 들으면서 자꾸 눈물이 나서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기 싫으셨던 것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일어나 자꾸 나가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그 집사님을 만나서 얘기했다. “집사님, 예배시간을 처음부터 축도까지 온전히 드려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십니다.” 그 이후로 그분은 예배시간을 온전히 드리며 눈물을 닦으셨고 나중에는 성가대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목회의 힘이 되는 동역자가 됐다. 중보기도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주시는 놀라운 힘이 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렇게 교회도 급속도로 안정되고 벤추라와 그 인근 도시에서 교회학교 아이들과 청년이 가장 많이 모이는 교회가 됐다. 예배에 성령님이 임재하시고 회복되니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벤츄라감리교회에는 찬양 인도를 하는 남상욱 집사님이라는 분이 계셨다. 그분은 찬양 인도뿐만 아니라 반주, 성가 지휘, 음향엔지니어 등 열심히 봉사하는 분이었다. 그냥 미국회사에 다니는 정도로만 알았지 그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나도 음악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예배 음향에 대해 민감한 편이라 그분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고 부탁했다.

“집사님, 예배시간에 마이크 좀 올려주셔요. 고음 좀 내려주시고 중음 좀 올려주세요. 키보드 소리가 너무 커요.” “예 알겠습니다, 목사님.” 어느 날은 이런 제안도 했다. “집사님, 오늘은 제가 찬양 인도하고 집사님이 반주를 해주시면 어떨까요.”

찬양 인도를 다 준비해 오셨지만 남 집사님은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순종해 주셨다. 심지어 내가 음과 박자를 틀려도 지적하지 않으셨고 나에게 박자를 맞춰주셨다.

그런데 나중에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분이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상 마스터링 전문 엔지니어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이었다. 세계적인 음악의 대가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너무 겸손하셔서 한 번도 교회에 그런 말씀을 안 하셨다. 음악과 음향에 대해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의 권위를 존중해 주고, 겸손과 온유한 마음으로 제가 원하는 음향 스타일로 다 맞춰주신 것이다.

너무 죄송하면서도 그분에게서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진정한 겸손함을 배웠다. ‘아 이것이 예수님의 겸손이구나.’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음향에 대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엔지니어가 어련히 알아서 하지 않겠는가. 이런 겸손한 분들이 목회를 전적으로 도우셨기에 벤츄라교회는 지역사회에서 가장 부흥하는 교회가 됐다.

최상훈 목사(서울 화양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