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 재판부는 정 교수의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뒤집었다. 이는 같은 혐의로 별도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조 전 장관이 관여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등이 정 교수 1·2심에서 허위로 인정된 것도 조 전 장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는 11일 정 교수가 2019년 8월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에게 동양대 PC 등 증거를 감추도록 시킨 혐의(증거은닉교사)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는 정 교수의 지시에 따라 증거은닉을 결의한 것”이며 “스스로 할 수 있는 행위임에도 김씨에게 지시해 (증거를 숨기도록) 한 행위는 방어권 남용에 해당된다”고 유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1심에서는 정 교수의 방어권 차원이라는 법리적 이유로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봤지만 2심에서 이를 뒤집은 것이다.
정 교수의 증거은닉 관련 혐의가 유죄로 뒤집힌 건 조 전 장관의 향후 재판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압수수색을 앞두고 정 교수와 공모해 김씨에게 증거은닉을 교사한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공모 관계는 이미 정 교수의 1심 재판에서 인정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도 “두 사람이 공모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 교수의 딸 조민씨의 입시와 관련된 7가지 의혹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에서 정 교수 측이 치열하게 다퉜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 부분도 1심과 마찬가지로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동양대 PC 1호의 사용 위치와 표창장의 구체적 작성 방법을 다투는 변호인 측의 주장은 표창장 위조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없는 것들”이라고 못 박았다. 이 PC에서 나온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7가지 입시비리 의혹 중 조 전 장관과 연관이 있는 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와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 확인서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 명의의 확인서를 조 전 장관이 작성했다는 1심 결론은 항소심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부산의 호텔 인턴확인서도 조 전 장관이 작성한 허위라는 판단이 유지됐다. 이 두 서류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도 자신의 재판에서 같은 사실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재판부가 달라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 측이 항소심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은 건 WFM 장외매수 관련 혐의 정도다. 1심은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해 WFM 주식 12만주를 장외매수한 혐의 중 10만주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는데, 항소심에서는 이 부분이 모두 무죄로 판단됐다. 장외매수한 12만주와 관련한 범죄수익 취득 부분도 함께 무죄가 되면서 벌금과 추징금도 줄었다.
이날 항소심 선고를 방청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대부분의 혐의가 인정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계법정에서는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본 원심 판단을 유지한다”는 재판부의 말에 탄식과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선고 이후에도 법원 앞은 항소심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일부 지지자로 혼란을 겪었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장외매수 12만주 취득 등에 대해 무죄가 내려졌지만 표창장과 인턴확인서 관련 7개 혐의는 유죄가 유지됐다”며 “가족으로 참으로 고통스럽다. 대법원에 상고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임주언 박성영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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