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1년7개월간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사회적 거리두기’와 ‘3T’(검사, 추적, 치료) 두 축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을 충분히 끌어올릴 때까지 의료체계 붕괴를 막고, 백신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12일 발효된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는 강도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았다. 1.3까지 올랐던 감염재생산지수를 1 안팎으로 끌어내렸지만 감소세로 반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비수도권 일괄 3단계도 확산세를 꺾지 못했다.
적극적인 검사와 추적으로도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 지난 5~10일 하루 평균 26만건에 육박하는 검사가 이뤄졌지만 바이러스 전파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최근 2주간 신규 확진 사례 중 감염 경로를 아직 밝혀내지 못한 비율은 11일 기준 28.1%로 집계됐다.
의료 대응 체계도 차츰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전국의 감염병전담병원과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전날 기준 각각 73.6%와 62.8%로 나타났다. 수도권으로 한정할 경우 이 수치는 77.9%, 70.8%로 올랐다. 인천에서는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고 생활치료센터에 머물던 입소자가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하루 2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이어질 경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이 한계선”이라고 답했다.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피로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달 27~29일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수도권 4단계 연장에 대해 찬반을 물었을 때 8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사 직후인 지난달 30일 고속도로 통행량은 역대 여름휴가 기간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거리두기 참여율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국민 개개인의 참여를 더 촉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드 코로나’를 위한 새로운 방역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9일~이달 2일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시행한 인식 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아진 지금부터 확진자가 어느 정도 발생해도 코로나19와 일상이 공존하도록 방역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진술에 응답자의 56.9%가 동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응답자의 76.1%는 국내 백신 접종률과 확진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현행 방역체계를 당장 전환하긴 이르다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지점을 지적한다. 방역 패러다임의 전환은 필연적이지만 여러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포함해 일반 중증환자를 볼 수 있는 역량이 대폭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네 의원에서도 치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문제는 속도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방접종률이 올라갈 때까지 의료 체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고 버틸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백신 수급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백신 접종 전략도 주문한다. 정 교수는 “의료체계에 시간을 벌어주려면 고령자·고위험군 대상 2차 접종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는 게 1차 접종자를 늘리는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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