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효과 ‘시들’ 잦아든 정권교체론… 민주 ‘반색’

입력 2021-08-12 00:04 수정 2021-08-12 00:04

지난해 말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던 정권교체론과 정권연장론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4·7 재보궐 선거 전후로 터져 나온 정권심판론에 잔뜩 긴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야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송영길 대표는 “국민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야당 대선 주자들의 잇단 실책에 따른 일시적 반사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권교체론과 정권연장론 응답 비율이 올해 1월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에선 정권연장론이 39%, 정권교체론이 47%였다. 올해 들어 가장 차이가 좁혀진 수치다. 민주당이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직후엔 정권교체 응답자의 비율이 정권연장 응답자에 비해 21% 포인트나 높았다.

송 대표는 지난 10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권연장론과 정권교체론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며 “정권교체가 당연시되던 상황에서 벗어나 예측 불가의 상황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송 대표의 중도층 공략 전략이 민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한 사과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내린 지도부의 결단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1일 “내로남불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국민에게 보여주려 했다”며 “급하게 추진했던 정책을 손보는 과정에서 다시 정권을 맡겨도 되겠다는 신뢰가 조금씩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숨 돌렸지만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을 뿐”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반사효과를 본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장덕현 한국갤럽 부장은 “여론이 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만큼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의힘 후보들의 여러 발언이나 행보, 정책에 따라 여론이 조금씩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평가가 좋아져서 정권연장 여론이 올라왔다고 보기에는 성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통상 코로나 확산세가 커질 때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올라간다”며 “코로나 위기가 불리한 악재를 막아주고, 정치 이슈로부터 관심을 멀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당내에서도 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고 하지만 이들이 위협적인 상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하루 만에 후원금 25억원을 다 채웠고, 각종 구설에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정권심판론이 여전히 거세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