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5%P 필패론’은 2030세대 존재감 과시용

입력 2021-08-12 00:03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사진) 국민의힘 대표가 내놓은 ‘내년 대선 국민의힘 후보 5% 포인트 차이 패배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대표의 분석엔 ‘영남 몰표’에 의존했던 과거 지역 구도로는 대선 승리가 힘들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세대 구도를 부각시켜 2030세대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2030세대를 강조하는 것은 30대인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켜 결국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경선버스 출발을 앞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당에 위기의식을 불어넣겠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엄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기준으로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선거는 아무래도 후보보다 당세를 측정하기에 다른 선거보다 효과적인데, 인물 변수를 제거하고 분석했을 경우 과거의 지역 분할 구도가 그대로 가면 현재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항상 영남 몰표에 수도권 충청 강원의 선전을 기반으로 삼았는데, 지금은 세대별 분할 구도로 가야 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내년 대선에선 지역 구도에 의존하는 과거 ‘승리 방정식’이 그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2030세대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또 “최근 지방선거와 총선 결과를 보면 실제로 영남권 지지세가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만 못하다”며 “경기권도 흔들린다는 맥락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4년 지방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득표율을 비교하면 보수 성향의 지지세는 줄어들었다. 2014년 경북지사 선거에서 김관용 새누리당 후보는 득표율 77.73%를 기록, 14.93%에 그친 오중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2018년 선거에서 이철우 자유한국당 후보는 승리는 거뒀지만 득표율은 52.11%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또 출마한 오중기 후보는 득표율 34.32%로 선전했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2014년에는 신승을 거뒀지만, 2018년 때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패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경북 구미갑 당원협의회 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가 지금보다 인기가 더 떨어지면 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 때처럼 낙승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태는 5% 포인트 차이 필패”라며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 인기가 얼마나 좋았나. 그럼에도 51.6% 대 48%로 겨우 3%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전망을 내놓은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권 주자들과의 대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 승리를 위해 일단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적었다. ‘돌고래’인 윤 전 총장 측이 당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 등에 불만을 지속 표출하자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 “제 입장에서는 갈등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그동안 잘 소통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비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갈등설을 해소할 만한 게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