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불바다는 시베리아였다. 세계 최대 침엽수림 지대인 이곳은 전 세계 다른 화재 피해지역을 모두 아우른 것보다 몇 배나 넓은 땅이 불길에 휩싸였다. 그 불이 한반도에 났다면 남한 전부를 불태우고 북한의 절반까지 숯덩이로 만들었을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그린피스 보고를 인용해 올해 시베리아 산불 피해면적이 6만2300평방마일(16만1356㎢) 이상으로 오스트리아 국토면적(8만3879㎢)의 거의 2배라고 전했다. 한국 10만㎢, 북한 12만㎢를 합친 한반도 전체 면적(22만㎢)의 73%다. WP는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에서 170건 넘는 산불을 진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길을 잡기 어렵거나 가옥과 기반시설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그냥 타토록 내버려 둔 산불도 적지 않다. 이런 화재가 66건으로 그 면적만 거의 8000평방마일(2만719㎢)이라고 한다.
방치된 산불 규모는 한 달째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동부를 불태우고 있는 산불 ‘딕시’(1979㎢)의 10배가 넘는다. 올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전체 산불 100여건(2만3250㎢)과 맞먹는다.
캐나다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유콘, 매니토바, 온타리오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약 3만3670㎢가 불탄 것으로 파악됐다. 터키는 1764㎢가 화염에 뒤덮였고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1098㎢, 1044㎢를 산불로 잃었다. 모두 서울(605㎢)을 태우고도 남았다는 얘기다.
시베리아에서 솟구친 연기는 그린란드 서부와 북극권인 캐나다 누나부트에서까지 관찰됐다. 러시아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북극에 도달하기는 사상 처음이라고 미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설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보고서에서 시베리아 극동부 야쿠티아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북극까지 3000㎞ 이상 날아갔다고 전했다. 약 1000㎞인 한반도 남북 길이의 3배 거리다.
NASA는 “(위성 사진을 보면) 지표면 대부분을 시야를 가릴 정도로 짙은 연기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약 3200㎞, 북쪽에서 남쪽으로 약 4000㎞ 뻗어 있다”고 밝혔다.
시베리아 산불 연기는 2000㎞ 이상 떨어진 몽골까지 날아갔다. 중국 신화통신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와 북부·중부 일부 지역이 ‘흰 연기’로 뒤덮였다고 보도했다.
시베리아 산불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 역시 단일 지역 화재로는 압도적이다. NPR은 “그린피스 연구에 따르면 7차례 이상 심어진 나무 47억 그루를 태웠다”며 “러시아 화재는 한 달 동안 스웨덴의 연간 총배출량과 같은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 러시아지부 산림 전문가 알렉세이 야로센코는 “러시아 산림의 약 절반이 지역 당국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