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의힘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다. 당대표부터 최고위원, 대선 예비주자, 의원들이 온통 싸움만 하느라 정신이 없다. 뭐 하나 긍정적인 것으로 이목을 끌진 못하면서 온종일 설전과 조롱, 비아냥거림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대선을 치르겠다는 건지, 자중지란으로 당을 망가뜨리겠다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11일에도 눈뜨기 무섭게 이준석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충돌했다. 이 대표는 SNS에서 “돌고래(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당 토론회에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후보 곁에 권력욕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후보도 반발하고 나도 반발하는데 당대표가 왜 막무가내로 일을 벌리느냐”고 따졌다.
이에 다른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측도 가세해 “김 최고위원은 자중하라”고 비난했고, 윤 전 총장 측 정진석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내리누르려는 당대표가 딱하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며칠 전엔 “돌고래와 멸치, 고등어는 성장 조건이 다르다”고 주장했었다. 그러자 또 다른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정 의원을 향해 “돌고래를 따르는 레밍(들쥐) 같다”고 비꼬았다. 요즘 이들의 발언을 듣고 있자면 마치 ‘동물의 왕국 당’ ‘수족관 당’이 하는 얘길 듣는 것 같다.
머리를 맞대야 할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대립하고 당에 분란이 생기면 뜯어말릴 역할을 해야 하는 5선 중진들까지 싸움판에 끼어드는 건 당을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판자 격인 당대표가 특정 후보와 각을 세우는 것도 잘못됐고, 지지율 1위 주자가 포용력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온당치 않다. 국민의힘 각 구성원들이 이제라도 각자의 본분을 깨닫고 더는 이전투구를 벌이지 말아야 한다. 진흙탕 싸움이 계속된다면 국민이 결국 등을 돌릴 것이다. 지금 수권 정당이 될 능력을 증명하기에도 빠듯한데 싸울 시간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사설] 국민의힘은 ‘동물의 왕국’ ‘수족관’ 당이란 비판 안 들리나
입력 2021-08-1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