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영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채색 필사본과 함께 만나는 시편이다. 1·2권 합쳐 무려 1846쪽의 대작이다. 한달음에 읽는 책이 아니다. 여호와의 말씀을 즐거워하여 그 말씀을 주야로 오랜 기간 묵상하도록 돕는 책이다.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거룩한 읽기, 특별히 일반 독서와 구분되는 성경 말씀 읽기를 일컫는다. 12세기 활동한 귀고 2세는 프랑스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수도사로서 ‘네 단계의 영적 사다리’란 렉시오 디비나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독서는 복된 삶의 감미로움을 추구합니다. 묵상은 그것을 깨닫고, 기도는 그것을 청하며, 관상은 그것을 맛보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독서는 음식을 입에 넣는 것이고, 묵상은 그것을 씹어 분해하며, 기도는 그것의 맛을 느끼고, 관상은 그것으로 인해 기쁘고 새롭게 되는 감미로움 그 자체입니다.”
저자는 김정훈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로, 김 교수는 연세대와 장로회신학대를 거쳐 독일 부퍼탈신학대에서 구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독일 대학에서 독일어 히브리어 시편 강의와 토론을 이끌 때부터 시편의 학문적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면서 “시편 한 구절 한 구절을 주석해 가면서 내 안에 깊이 똬리 틀고 있던 실망 좌절 슬픔 억울함 분노 저주 탐욕 등을 하나님 앞에 꺼내놓고 성찰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독자들에게 시편을 ‘성찰의 책’으로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종교개혁 이전 중세 수도원의 영성이 담긴 슈투트가르트 시편 라틴어 채색 필사본(Cod. Bibl. Fol. 23) 삽화가 거룩한 독서로 이끈다. 김 교수는 “개신교에서 잊힌 그림 묵상 역시 독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했다. 가톨릭처럼 기독교 미술을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그저 성경 본문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도구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1200년 가까이 보존된 초록 보라 빨강 주황 파랑 등의 강렬한 채색 필사본을 동반자 삼아 시편의 주제인 말씀을 통한 행복에 도달해 보자.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