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수천명 규모의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경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어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참했다.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법원에 출석해 구속영장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당장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더 절박했다는 게 불참 이유다.
양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영장실질심사 불출석은) 정부의 방역책임 전가, 민주주의 훼손, 노동자 문제의 외면을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가만히 있으라는 권력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 주장엔 대단한 어폐가 있다. 우선 정부가 민주노총 등에 노동운동을 하지 말라고 협박한 적이 없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규모 군중집회 자제를 요청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지난달 3일 8000여명이 참가한 집회를 서울 한복판에서 개최했다. 명백한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코로나19로 가중된 노동자 고통에 대해 가슴 아파하지 않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직면한 현실 또한 모르지 않는다. 대다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처지도 노동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잠시 유보한 채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법을 무시하는 듯한 양 위원장의 태도는 노동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사고를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민주노총은 법 위에 군림하는 단체’라는 부정적 시각만 증폭시킬 뿐이다. 국민 걱정은 안중에 없는 양 위원장이 노동자 고통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노동운동은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7·3대회는 노동운동이라기보다 정치투쟁에 가까웠다. 민주노총이 여론과 동떨어진 이 같은 정치투쟁을 지양하고 노동자를 위한 본연의 자세를 확립할 때 비로소 여론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 한국노총도 마찬가지다. 양대 노총이 정치투쟁에 주력하니 서울교통공사에 양대 노총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제3 노조가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양대 노총의 자업자득이다.
[사설] 법 위반 반성 않고 권력 탄압 운운한 민노총 위원장
입력 2021-08-1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