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이에게 복음·스포츠맨십 전하다 “정정당당하게 운동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 필요”

입력 2021-08-12 03:04 수정 2021-08-12 09:54
임연철 박사 제공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선전하면서 배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배구는 한국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배구는 1895년 미국YMCA 체육부장 윌리엄 모건이 창안한 구기 스포츠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도 1916년 YMCA를 통해서였다.

당시 서울 종로에 있던 서울YMCA 본부에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 체육관이 문을 열었다. 프랭크 브로크만 서울YMCA 총무는 미국에 실내체육 지도자를 요청했고 바이런 P 반하트(한국명 반하두·1889~1942·사진) 선교사가 발탁됐다.

미국 아이오와주 페오리아 YMCA 소년부 간사로 활동하던 반하트는 180㎝ 넘는 건장한 체구의 소유자로 대학 농구 선수로도 활약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전기작가 임연철 박사는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반하트는 우리나라에 배구를 처음 소개했을 뿐 아니라 농구와 같은 구기 종목 정착에도 기여한 한국 체육발전의 공로자”라며 “농촌계몽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하게 사역했던 선교사”라고 소개했다. 임 박사는 오는 10월 반하트 선교사 전기를 펴낼 예정이다.

내한 직후 반하트는 서울YMCA 체육부 간사로 활약했다. 반하트가 쓴 선교 보고서에는 “YMCA 체육관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개관 첫해 소년부 회원만 2만4700여명에 달한다”고 썼다. 스포츠를 통한 선교에 관심이 컸던 그는 내한 선교사들이 만들었던 잡지 ‘코리아미션필드’에 “한국 젊은이들에게 복음과 스포츠맨십을 전해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운동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수차례 기고했다.



반하트는 29년 YMCA에 농촌사업협동위원회가 생길 때 실행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농촌계몽운동에도 헌신했다. 당시 우리나라 기독교 지도자들은 농촌계몽을 선교의 첩경으로 판단했다. 28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세계선교위원회(IMC) 국제선교대회에 참석했던 양주삼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 회장과 김활란(YWCA) 신흥우(YMCA) 정인과(조선주일학교연합회) 총무는 농촌이 발전한 덴마크를 견학한 뒤 귀국했다. 이때부터 YMCA·YWCA 등이 농촌계몽운동을 시작했다. 반하트가 참여한 농촌사업협동위원회에서 했던 일이 바로 이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24년 동안 사역하면서 반하트는 큰 아픔을 두 차례나 겪었다. 첫째와 셋째 아들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두 아들은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지공원에 안장됐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반하트 선교사 임종에 관한 사연도 최근 알려졌다. 임 박사는 “40년 일제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된 뒤 행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반하트는 41년 태국 방콕 YMCA 총무로 발령받아 활동하다 일제에 의해 170일간 구금된 뒤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이듬해 10월 뉴욕에서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중요한 사역을 한 선교사인 만큼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