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책 빠진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엉터리”

입력 2021-08-12 03:05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전면 수정을 촉구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면 마땅히 탄소중립(탄소 순 배출량 0)을 전제로 작성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기환연은 11일 “이번 정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건 엉터리 지도를 갖고 길을 가는 것과 같다”며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후위기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으며, 제안된 방향과 달성을 위한 방식들이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5일 3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중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립된 안은 3안 하나뿐이었다. 1·2안은 탄소 순 배출량 감소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기환연은 성명서를 통해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과 거리가 먼 1·2안을 굳이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제시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세부적인 내용에서도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환연이 언급한 문제 중 하나는 시나리오에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투자를 추진한다는 유인책만 나열됐을 뿐, 책임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끌어낼 규제에 대한 제안은 전혀 없었단 점이다. 또한 화석연료발전의 대안이 될 수 없는 핵발전을 유지하고 있으며, 생태계 파괴를 가져오는 양수발전을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등 이번 시나리오는 긴박하고 위중한 기후위기의 현실을 극복할 의지도, 방안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환연은 “기후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잘못된 길로 우리를 방황하게 하는 지도가 돼선 안 된다”며 “전면수정을 통해 한국사회 올바른 이정표를 제시해 주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