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정호승 시인의 ‘꽃을 보려면’ 앞부분입니다. 시는 기다리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말합니다.
오늘 본문 18절에서는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말씀이 눈에 돋보기를 쓴 것처럼 확연히 들어왔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인간인 우리가 하나님을 기다리는 게 맞지,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고 하는 것은 놀라운 사건입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기다려야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기다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왜 우리를 기다리실까요. 먼저 은혜를 베푸시려고 기다리십니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는 하나님의 사랑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탕자는 유산을 미리 달라고 졸라 아버지 재산의 3분의 1을 챙겨 나가서 허랑방탕하게 쓰고 거지가 됐습니다. 탕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장 천하게 여기는 돼지를 치면서 돼지 몫으로 나온 쥐엄 열매로 굶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하지만 탕자의 아버지는 기다림에 능숙한 아버지였습니다. 아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계속해서 기다립니다. 어찌 보면 기다리려고 이 탕자라고 하는 아들을 낳은 것 같았습니다. 탕자는 결국 회개하고 돌아와 기다리던 아버지와 만나 큰 은혜를 받습니다.
둘째 하나님은 긍휼히 여기시려고 기다리십니다. 긍휼은 불쌍히 여겨 도와주는 것을 뜻합니다. 호세아 선지자는 ‘불 붙는 긍휼’이라고 표현합니다. 호세아 11장 8절은 “에브라임이여 내가 어찌 너를 놓겠느냐 이스라엘이여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며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돌이키어 나의 긍휼이 온전히 불 붙듯 하도다”라고 말합니다. 너무 불쌍하다, 너무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의 넘치는 긍휼입니다.
하나님의 불 붙는 긍휼에 선택된 분들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이미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장중에 붙들린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또 어떤 고난을 겪든지, 주님은 여러분을 버리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또 기도에 응답하시기 위해 기다리십니다. 본문 19절은 “시온에 거주하며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백성아 너는 다시 통곡하지 아니할 것이라 그가 네 부르짖는 소리로 말미암아 네게 은혜를 베푸시되 그가 들으실 때에 네게 응답하시리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가장 적당한 때에 가장 적당한 방법으로 기도 응답을 하시는 분입니다.
모세의 경우를 봅시다. 모세는 40세에 이런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내가 궁중에서 뛰쳐나가 저들을 종에서 해방시키고 싶습니다. 내게 능력을 주옵소서.” 마흔에 시작한 민족해방 운동인데 처음엔 실패합니다. 그래서 미디안으로 도망갔습니다. 세월이 흘러 80세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가시 떨기나무 불꽃으로 나타나셨습니다. 모세를 부르고 말씀합니다. “내 백성을 구원하라.” 모세의 마흔 살 때 기도는 여든 살에 응답을 받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의 혈기가 죽기까지 40년을 기다리셨습니다.
끝까지 기다리는 자에게 승리가 있습니다. 기도를 포기하는 것은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독생자를 죽이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기다림을 기억하십시오. 그 기다림에 뜨거운 8월, 전국의 온 교회가 기도를 회복해서 기도 응답의 은혜를 받기를 소원합니다.
권위영 서울숲교회 목사
◇서울숲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으로 2002년부터 권위영 목사가 섬기고 있습니다. 이 설교는 8월 월삭기도회를 통해 예장통합 소속 전국 9000여 교회와 함께 공유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