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유행의 불길이 전에 없이 번지고 있다. 주말 내내 같은 요일 기준 최다 기록을 갈아 치우더니 10일엔 사상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 2000명을 넘겼다. 결과적으로 지난주 1 아래로 떨어졌던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폭증 전의 숨고르기에 불과했다.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10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202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새로 보고됐다. 집계가 마무리되기 전인데도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처음으로 2000명을 돌파했다. 종전 하루 최다 확진자는 지난달 28일 보고된 1895명이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방역 당국은 4차 대유행이 정점에 이르기까지 최소 43일 이상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달 중순 2300명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세를 이끌었다. 지난 1~7일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73.1%까지 높아졌다. 최근 확진자 네 명 중 세 명은 델타형 변이에 걸린 셈이다.
다중이용시설 규제를 대폭 완화한 새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도 연착륙에 실패했다. 방역 수용도를 가늠할 지표인 이동량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오히려 늘었다. 지난달 23일~이달 7일 고속도로 통행량은 하루 평균 480만7000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6.1% 증가했다. 지난달 30일엔 하루 동안 차량 531만대가 움직여 역대 여름 휴가 기간 최대 교통량을 경신했다.
4단계를 유지하고 휴가철이 지나도 당분간 획기적인 상황 호전을 바라긴 어렵다. 증가한 이동량이 확진자 수 등의 지표에 반영되기까지 시차도 남아 있다. 위중증 환자 역시 시차를 두고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 연휴를 넘기고 나면 개학이 예정돼있다.
정부에 남은 수는 몇 없다. 백신을 꾸준히 접종하고 있지만 즉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현행 거리두기 체계에 없는 다중이용시설 규제를 꺼내들거나 비수도권 단계를 4단계로 높이는 조치가 예상된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거리두기에 참여하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방역 수단이자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호소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