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줄어드는 판에… ‘채용 청구서’ 내민 정부

입력 2021-08-11 04:02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권 민생지원 및 일자리 창출 점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한 금융지주회장들에게 양질의 금융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10일 금융지주사 회장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강력히 주문했다. 핀테크, 정보통신(IT) 기술 융합 추세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잇단 호실적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디지털화(化)에 따라 점포 축소, 인력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신규 일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부와 금융권의 고용 충돌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5대 금융지주(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 하나) 회장을 만나 ‘금융권 민생지원 및 일자리 창출 점검’ 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일자리 논의를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금융위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권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금융권이 청년층과 소통하며 일자리 발굴에 힘쓰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하는 ‘질 좋은 금융 일자리’ 제공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비대면 업무 증대 등에 따른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며 금융권에서의 인력 수요가 갈수록 줄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각 은행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2018년 5만9586명에서 2019년 5만9072명, 2020년 5만7896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은행 점포 수도 2018년 3563개에서 지난해 3303개로 2년만에 260개가 폐쇄됐다. 이처럼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예전 수준의 인원을 신규로 채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주장이다.

금융위는 핀테크, IT 기술의 발달로 금융산업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일자리 증가 요인이 있다고 했지만, 일선에서는 고개를 젓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인터넷은행, 빅테크 등을 따라잡기 위한 개발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주력 수요 인원은 개발 경험이 있는 경력직이지, 신입사원이 들어와서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IT, 핀테크 직무의 신규 채용 인원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를 쉽게 접을 것 같지는 않다. 경제난 속에서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상반기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들어 정부가 고용문제에 대한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터넷전문은행을 필두로 한 빅테크 기업의 지속적인 채용도 전통 금융권에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날 토스는 ‘토스 NEXT 개발자 공개채용’에 지원자가 50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상반기에 각각 100여명, 60여명을 채용하고 하반기에 추가 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