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 속도가 더욱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1.5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1.5도는 극단적 기후 변화를 맞는 임계점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9일 공개했다. 7년마다 발간하는 이 보고서는 1988년 처음 나온 뒤 이번이 6번째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해 발간하는데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향후 대응 방향 등을 제시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정부 간 협상의 근거자료로도 활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와 비교해 최근 10년(2011∼2020년)간 지구 평균 온도는 1.09도 올랐다. 직전 보고서(2014년 발간)에서는 2003∼2012년 평균 온도가 0.78도 상승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온난화 추세가 더욱 급격해진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20년 이내에 1.5도 상승 시점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온난화로 인해 시베리아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등 전 세계가 불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더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이 우리 삶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인간의 영향’이 분명하게 명시됐다. 온실가스 농도 증가는 다른 자연적 요인이 아닌 인간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2019년 기준 410ppm으로 조사된 이산화탄소 농도에 대해 IPCC는 “최소 200만년간 전례 없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후 재앙’은 이미 시작됐다는 경고도 나온다. 올해 여름 북미 지역에는 50도가 넘는 이상 고온 현상과 산불이 이어졌고, 서유럽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독일과 벨기에 등에서 200명 이상이 숨졌다. 아시아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서부 지역에는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이전에는 50년마다 나타났던 극한 고온 현상이 10년에 한번씩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에 도달하면 (극한 기후 발생이) 약 8.6배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의 폭염과 강수 강도도 훨씬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만약 즉각적인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극한 기후변화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장군 전성필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