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거래 전반을 상시 감독하는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지시한 지 1년이 됐지만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논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미 감독기구의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 수개월이 지났으나 공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당조차 부동산 감독기구에 대해서는 다소 미온적으로 움직이면서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내에 감독기구 도입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부동산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의 법적 근거를 담은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됐지만 이후 단 한 차례도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은 당시 국토교통부에 한시 조직으로 있던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을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며 처음 언급했다. 당정은 올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지자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는 시행규칙을 바꿔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을 부동산거래기획분석단으로 격상하고 인원도 19명 늘렸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렇다 할 논의가 없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토위 내 다른 현안이 많았고 야당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의가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도 “제정안을 만들 때는 법안 심사에 앞서 공청회 등을 거치게 돼 있는데 이 작업이 지연되다 보니 본격적인 심사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애초 정부와 여당도 부동산 감독기구를 만든다는 게 무리라는 걸 알기에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감독기구에 개인 금융거래내역 등을 볼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빅브러더를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미 부동산 거래 시 규제지역은 주택 가액과 관계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이를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심사하는데 별도의 기구까지 만들어 감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아파트 거래 71만여건을 분석해 고작 불법 의심사례 69건을 적발하는데 그쳤다. 0.01%도 안 되는 불법거래를 잡으려고 별도 기관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