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25분 만에 퇴정했다.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항소심은 9일 오후 1시57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그는 지난해 11월 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항소심에는 그동안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은 법리상 피고인이 불출석해도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재판부가 불이익을 경고함에 따라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출석했다.
그는 낮 12시43분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해 경호인력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갔다.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 “광주시민과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하게 해 달라고 신청한 부인 이순자씨도 함께 이동했다.
재판에서는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와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신청한 증거 조사 및 증인 채택 결정이 이뤄졌다. 전 전 대통령은 청각보조장치(헤드셋)를 착용하고 질문을 받았으나 상당부분을 알아듣지 못해 부인 이씨가 옆에서 불러주는 대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이름은 “전두환”이라고 명확하게 말했으나 출생연도만 스스로 답변하고 생년월일과 주소, 본적의 세부내용은 이씨의 도움을 받아 답했다. 직업을 묻자 “현재는 직업이 없다”고 했다.
인정신문이 끝나자 이전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재판 시작 25분 만에 건강이상을 호소하며 경호원의 부축을 받고 퇴정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31년 1월 18일생으로 만 90세의 고령이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초 자택 앞에서 여유있게 산책을 즐기던 것과 상당히 다를 정도로 수척해져 있었다.
재판부는 그에게 호흡곤란 여부를 묻고 퇴정 후 법정 밖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이후 재판이 끝날 무렵 그를 다시 불러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2시29분 재판을 종료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