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딸을 이틀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해놓고도 남자친구 집으로 도피해 며칠째 신고를 미룬 30대 미혼모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 여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월 100만원의 수급비를 받아왔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사례관리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 아동학대 예방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최근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딸 B양(3)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한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했으며, 현재는 직업이 없는 상태다.
그는 지난 7일 오후 3시40분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그러나 소방당국과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B양은 이미 숨진 지 오래돼 시신이 부패한 상태였다. 미혼모인 A씨는 B양과 단둘이 공공임대주택인 이 빌라에 거주해왔으며, 남자친구가 있어 자주 외출했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딸을 방치한 채 자주 외출하는 등 딸을 사실상 방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외박을 했다 귀가한 뒤 숨진 딸을 발견했으며, 당황해 119에 신고하지 않고 집을 나와 남자친구 집에서 며칠간 머물다 용기를 내 다시 집에 돌아와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피의자의 진술뿐이고 CCTV도 없다”면서도 “수사 결과 최소 하루 이상 집을 비운 건 확실하고, 딸 사망 이후 남자친구 집에 머문 날이 여러 날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집을 비운 적은 없고) 외출했다 들어오니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며 “2019년 어린이집을 몇 달 보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육안으로 검시했을 때 B양 시신에서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영양상태도 정상적인 것으로 확인돼 정확한 경위를 계속 수사 중”이라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 부검소견에서 “골절이나 내부 출혈은 보이지 않으나 외상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골절 여부 확인을 위해 CT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태어난 지 2주밖에 안 된 신생아 아들을 던지고 때려 숨지게 한 친아버지 C씨(24)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또 남편이 아들을 학대하는데도 이를 방치한 친어머니 B씨(22)에 대해서도 징역 7년,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7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아이는 부모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학대 당하다 14일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며 “침대에 정수리를 부딪쳐 뇌출혈을 보이는데도 피고인들은 아이를 방치한 채 꺼져가는 생명 옆에서 친구를 불러 고기를 구워 먹고 술 마시고 담배까지 피웠다”고 판시했다. 이어 “몸과 영혼, 모든 걸 바쳐도 아깝지 않은 자식을 참담한 행위로 살해한 사실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태어난 지 14일 된 아들을 던지고 얼굴 허벅지 발바닥 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천 전주=정창교 김용권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