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믿음의 관계학… 은혜가 곳곳으로 흘러가게 해야”

입력 2021-08-10 03:04
박창건 제주 동홍교회 목사가 8일 제주 서귀포시 교회 앞에서 ‘제주기독교회사’를 출간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박창건 제주 동홍교회 목사는 1978년 총신대 재학시절 전도사로 섬기던 강원도 홍천 시골교회에서 사역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얼마 후 담임목사 공백이 생기면서 사실상 담임목사처럼 사역하게 됐다. 사택과 예배당을 짓고 배 이상의 부흥을 경험했다.

박 목사는 “스물네 살 때 처음 교회를 섬기면서 부흥을 경험했던 비결은 복음 앞에 순수했고 관계를 원만하게 맺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면 못할 것이 없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회는 인간관계학이었다. 인격 없이 스킬만 갖고 목회하면 안 된다”면서 “결국 믿음이란 하나님과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84년 서울 서대문교회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시작했다. 85년 서울 원남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다가 87년 서울 정릉중앙교회에 부임해 부흥을 일궜다.

박 목사는 “믿음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하나님과의 대신관계, 사람과의 대인관계, 물질과의 대물관계를 제대로 인식해야 바르게 신앙생활 할 수 있다”면서 “복음은 믿는 수준을 넘어서 구원, 양육, 선행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적으로 목회 사역하던 박 목사가 제주에 뿌리내린 것은 99년이다. 안식년을 맞아 제주를 방문했는데, 제주노회장을 맡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군소 교단에 소속된 서귀포 예루살렘교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에 가입하려고 하는데, 당분간 주일 예배 말씀을 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70년 설립된 은사중심의 교회였는데, 극심한 분쟁을 겪고 있었다.

박 목사는 “13년간 서울의 교회를 담임하다가 주변 부탁으로 얼떨결에 제주 교회의 설교를 맡았다”면서 “2주 후 장로 2명이 와서 자신들의 교회 담임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는데, 단칼에 외면할 순 없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70명의 성도가 목자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박 목사는 “목자의 심정으로 그들을 보면서 1개월간 기도를 했다. 그때 목회지를 옮기라는 응답을 받았다”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 목회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그렇다고 교회 분쟁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임 후 매일 2시간 저녁기도회를 진행했다. 갈등에 지친 성도들을 말씀으로 섬기자 점차 회복됐고, 소송전도 22개월 만에 승소로 끝났다. 교회는 99년 예장합동에 가입하고 2001년 동홍교회로 개명했다. 2017년 3712㎡(약 1123평) 부지에 3층짜리 새 성전을 완공했다.

박 목사는 “제주 복음화율은 9%인데, 섬이라는 폐쇄적 환경과 미신문화, 괸당문화의 영향으로 원주민의 복음화율은 2%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외지인에 대한 저항은 복음전파를 더욱 어렵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일이 있어도 강단에서 인신공격하지 않고 강단윤리에 근거해 화합을 강조했다”면서 “수직적으로 하나님과 수평적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독교인의 품위가 나타난다. 하나님께 예배를, 이웃에게 예절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2~2008년 제주 감귤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제주의 어려운 교회를 돕기 위해 수만 상자의 감귤을 육지 교회로 보낸 것이다.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8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개척교회 1곳을 도왔다. 총신대 선교학 교수 등을 초청해 목회자 세미나도 개최했다.

박 목사는 “목회든 선교든 공부든 원리는 마찬가지다. 한 자리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끈기와 책임감이 없다면 열매를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충고했다. 이어 “지속성의 열매는 결국 나눔을 통해 사랑이라는 방식으로 흘러가야 한다”면서 “목회자는 이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사회 곳곳에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08년 박용규 전 총신대 교수와 함께 ‘제주기독교회사’를 출간했다. 박 목사는 제주선교100주년준비위원장으로서 노회에서 3년간 자금을 준비했다. 오정호(대전 새로남교회) 이건영(인천제이교회) 목사 등이 흔쾌히 도왔다.

박 목사는 “역사를 알아야 사역의 미래가 보인다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당시 제주노회의 형편이 어려웠지만 제주기독교회사를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는 순수한 마음에 꾸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교회는 절기마다 헌금을 모아 신학교 감귤 보내기와 장학금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구·경북지역 17개 병원교회에 한라봉 300㎏을 보냈다.

박 목사는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서 목회하다가 제주도 주민이 된 지 벌써 22년이 됐다”면서 “내 인생에서 제주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이다. 하지만 사역의 열정과 에너지를 다 바쳤기에 제주는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제주 부임 초기부터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주일 1·2부, 찬양 예배 설교를 다르게 준비했다. 지금도 새벽기도회와 수요예배 때는 직접 반주하면서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제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