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올림픽] 코로나 와중, 선수들 우애·봉사자 헌신 빛났다

입력 2021-08-09 04:04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제전을 넘어 206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의 결속을 다지는 장이다. 국가·인종·민족 간 갈등을 뛰어넘는 선수들의 우애는 오직 올림픽에서만 가능한 감동을 연출한다. 그래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에겐 국가대표 이상의 긍지, 서로에게 경계를 두지 않는 화합의 정신을 담아 ‘올림피언(Olympian)’이라는 특별한 호칭이 붙는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8일까지 모두 17일의 열전을 완주한 도쿄올림픽을 지탱한 것은 결국 올림피언의 우애와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참가자들의 헌신이었다. 서로에게 거리를 두면서도 필요할 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빈틈을 드러낸 방역수칙을 자발적으로 지켜낸 참가자들의 협조가 도쿄올림픽을 폐막일까지 끌고 왔다.

한국 양궁대표팀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남자 단체전을 압도적인 기량 차이로 정복한 뒤 은메달을 차지한 대만, 동메달을 획득한 일본 선수들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으로 불러 단체사진을 찍었다. 한국 대표팀 주장 오진혁이 시상대 옆의 대만·일본 선수들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해 즉석으로 마련된 ‘셀카 세리머니’였다. 이 장면은 한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는 일본에서도 큰 호응을 불렀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도 도쿄올림픽을 움직인 힘으로 빼놓을 수 없다. 도쿄올림픽은 자국민의 반발을 외면한 일본 정부와 IOC의 일방적 결정으로 개최돼 여러 악조건 속에서 펼쳐졌지만 자원봉사자들은 해외 참가자들을 친절하게 응대하며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참가자의 서류 누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곳곳에서 목격됐다.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선언된 뒤 흩어지고 고립하길 반복하며 1년5개월을 살아온 인류는 처음으로 세계를 집결시킨 도쿄올림픽을 끝까지 치러내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할 작은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이제 각국으로 돌아가는 선수와 참가자들의 감염 여부를 2주간 지켜보며 도쿄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실험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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