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본경선 한 달여 만에 벌써부터 ‘경선 불복’이라는 단어가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 ‘원팀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갈등 상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지사가 8일 돌연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고, 이 전 대표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양측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충돌했다.
경선 불복 우려는 이 전 대표 캠프 좌장인 설훈 의원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설 의원은 전날 보도된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다 치고받고 했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를 수 있다. 만일 이 지사가 후보가 되면 장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 캠프가 발칵 뒤집혀졌다. 이 지사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논평에서 “(설 의원 발언은) 국민과 당원에게 공공연하게 경선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지사 캠프의 한 핵심 의원도 “경선에 불복하겠다는 속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글을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그동안 이 지사 캠프 관계자 사이에 경선 불복 우려가 회자되기는 했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양측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후보에 대한 일체의 네거티브적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명백한 허위사실에 기초한 음해나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신속한 대응조치를 취해 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곧바로 페이스북에 “늦었지만 환영한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 1, 2위 대선 주자의 네거티브 자제 선언에도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 지사 캠프 전략기획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 끌어올리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 싶다. 여기까지 온 것이 전부라는 판단에 ‘경선 패배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것이고, 그중 가장 나쁜 ‘경선 불복’을 꺼내든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전 대표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상임부위원장 신경민 전 의원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 지사의 음주운전 전력과 경기도 예산 사용처를 밝힐 것을 다시 언급하며 해당 이슈가 검증 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네거티브는 이 지사 측이 먼저 시작해 놓고, 계속 우리에게 프레임을 씌우려 든다”며 “경선 불복도 결국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 갈등이 이 지사의 백제 발언 논란과 음주운전 이력, 이 전 대표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진실게임 등을 거쳐 ‘조폭 친분’ 폭로전과 경선 불복론에 이르자 당내에서는 경선 경쟁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002년 대선 당시 후보 교체를 위해 만들어진 ‘후단협’ 악몽이 떠오른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지도부가 나서서 하루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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